[집코노미] 규제 하나도 안 풀고 '재건축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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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이익환수제·분양가상한제로 실효성 의문
'사업 장벽' 의무거주까지…"대부분 외면할 것"
'사업 장벽' 의무거주까지…"대부분 외면할 것"
정부가 ‘공공참여형 재건축’을 도입해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겹겹이 싸인 규제를 손대지 않으면 사업 동력이 생겨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공참여형 재건축은 용적률을 300~500%까지 완화해 최고 50층까지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용적률은 단지의 밀도를 뜻한다. 현재 3종일반주거지에선 300%가 상한이다. 이를 준주거지역으로 종(種)상향하면 용적률과 층수 한도가 늘어난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재건축조합들에겐 용적률 상향이 딜레마다. 2018년 부활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때문이다. 일반분양분이 증가해 조합의 수익이 커질수록 내야 할 부담금도 늘어난다. 공공참여형 재건축 방식으로 용적률을 높여 새 아파트를 짓는다면 더 짓는 집만큼 세금도 늘어나는 셈이다. 압구정특별계획3구역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규제를 풀어주는 만큼 당장은 재건축단지의 사업성을 높여주는 것 같지만 뒤로는 세금으로 다 빼앗아가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조합의 수익이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급대책을 발표하면서 “용적률 증가에 따른 수익의 90%를 환수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분양가 상한제로 기대수익까지 낮아진 상황에서 나머지 10%의 개발이익으로 재건축 부담금까지 치러야 한다는 의미다.
증가하는 용적률은 인센티브 방식이다. 공공주택을 짓는 규모에 따라 용적률을 올려주는 식이다. 재건축엔 임대아파트 등 공공주택을 지을 의무가 없지만 서울시는 이미 용적률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3종일반주거지의 용적률을 법정 기준(300%)보다 낮은 250%로 적용하되, 이를 300%로 높인다면 늘어나는 50%포인트의 절반을 임대주택으로 짓는 식이다. 만약 앞으로 공공참여형 재건축을 통해 용적률을 500%로 늘린다면 증가하는 용적률 250%포인트의 절반은 공공주택으로 기부채납해야 한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임대주택을 지어서라도 사업을 빨리 진행하고 싶은 곳이 있겠지만 일부 지역에선 이를 꺼리는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정부가 지난 5월 재개발에 ‘공공재개발’을 도입할 때는 규제 완화가 함께 이뤄졌다. 분양가 상한제가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는 만큼 공공재개발을 택한 구역엔 상한제 적용을 면제하는 식이다. 대신 공공성을 강화하고 승계조합원에겐 시세대로 분양하게 하는 등 투기 방지 조치도 함께 이뤄졌다. 채찍과 당근을 함께 꺼낸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선 공공성을 강화하면서도 사업자인 주민들을 달랠 당근은 꺼내지 않았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목동 신시가지단지 주민들의 연합체인 양천연대 관계자는 “기부채납 비율이 높아 참여할 유인이 낮은 데다 임대아파트는 수요자들이 원하는 양질의 아파트완 거리가 멀다”며 “정작 사업 진입장벽이 되고 있는 안전진단 규제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의 규제 철폐는 이번 대책에서 쏙 빠졌다”고 지적했다.
‘6·17 대책’에서 강화된 2년 실거주 의무도 초기 단지들의 사업 진행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올해 연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되면 이날 이후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설립된 조합은 2년 이상 거주한 이들에게만 새 아파트 분양자격을 준다. 실거주할 수 없는 주민들이 많은 곳은 조합설립동의율(토지등소유자 75%·동별 50%)을 달성하기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공공참여형 재건축을 고려하고 있다 하더라도 정작 사업이 진척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공참여형 재건축이 활성화되려면 주변 단지에서 부러워할 만한 선도단지가 나와야 한다”며 “규제를 하나도 풀지 않은 상황에선 이 같은 사례가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수익성에 민감한 재건축 조합원들이 현행 방식으로 동의할 가능성은 낮다”며 “사업성이 낮은 일부 단지들을 제외하면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공공참여형 재건축은 용적률을 300~500%까지 완화해 최고 50층까지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용적률은 단지의 밀도를 뜻한다. 현재 3종일반주거지에선 300%가 상한이다. 이를 준주거지역으로 종(種)상향하면 용적률과 층수 한도가 늘어난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재건축조합들에겐 용적률 상향이 딜레마다. 2018년 부활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때문이다. 일반분양분이 증가해 조합의 수익이 커질수록 내야 할 부담금도 늘어난다. 공공참여형 재건축 방식으로 용적률을 높여 새 아파트를 짓는다면 더 짓는 집만큼 세금도 늘어나는 셈이다. 압구정특별계획3구역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규제를 풀어주는 만큼 당장은 재건축단지의 사업성을 높여주는 것 같지만 뒤로는 세금으로 다 빼앗아가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조합의 수익이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급대책을 발표하면서 “용적률 증가에 따른 수익의 90%를 환수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분양가 상한제로 기대수익까지 낮아진 상황에서 나머지 10%의 개발이익으로 재건축 부담금까지 치러야 한다는 의미다.
증가하는 용적률은 인센티브 방식이다. 공공주택을 짓는 규모에 따라 용적률을 올려주는 식이다. 재건축엔 임대아파트 등 공공주택을 지을 의무가 없지만 서울시는 이미 용적률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3종일반주거지의 용적률을 법정 기준(300%)보다 낮은 250%로 적용하되, 이를 300%로 높인다면 늘어나는 50%포인트의 절반을 임대주택으로 짓는 식이다. 만약 앞으로 공공참여형 재건축을 통해 용적률을 500%로 늘린다면 증가하는 용적률 250%포인트의 절반은 공공주택으로 기부채납해야 한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임대주택을 지어서라도 사업을 빨리 진행하고 싶은 곳이 있겠지만 일부 지역에선 이를 꺼리는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정부가 지난 5월 재개발에 ‘공공재개발’을 도입할 때는 규제 완화가 함께 이뤄졌다. 분양가 상한제가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는 만큼 공공재개발을 택한 구역엔 상한제 적용을 면제하는 식이다. 대신 공공성을 강화하고 승계조합원에겐 시세대로 분양하게 하는 등 투기 방지 조치도 함께 이뤄졌다. 채찍과 당근을 함께 꺼낸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선 공공성을 강화하면서도 사업자인 주민들을 달랠 당근은 꺼내지 않았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목동 신시가지단지 주민들의 연합체인 양천연대 관계자는 “기부채납 비율이 높아 참여할 유인이 낮은 데다 임대아파트는 수요자들이 원하는 양질의 아파트완 거리가 멀다”며 “정작 사업 진입장벽이 되고 있는 안전진단 규제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의 규제 철폐는 이번 대책에서 쏙 빠졌다”고 지적했다.
‘6·17 대책’에서 강화된 2년 실거주 의무도 초기 단지들의 사업 진행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올해 연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되면 이날 이후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설립된 조합은 2년 이상 거주한 이들에게만 새 아파트 분양자격을 준다. 실거주할 수 없는 주민들이 많은 곳은 조합설립동의율(토지등소유자 75%·동별 50%)을 달성하기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공공참여형 재건축을 고려하고 있다 하더라도 정작 사업이 진척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공참여형 재건축이 활성화되려면 주변 단지에서 부러워할 만한 선도단지가 나와야 한다”며 “규제를 하나도 풀지 않은 상황에선 이 같은 사례가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수익성에 민감한 재건축 조합원들이 현행 방식으로 동의할 가능성은 낮다”며 “사업성이 낮은 일부 단지들을 제외하면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