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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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냐 중국이냐.’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질문이다.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의 성장주 대부분을 갖고 있고 유동성도 풍부하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를 빠르게 수습했고 소비 활성화 기대도 높다. ‘하반기 해외 주식 비중을 늘려야 한다’ ‘성장주에 투자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양국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코로나19가 촉발된 중국 증시는 국내 증시 못지않게 뜨겁다. 하루 거래대금은 4000억위안가량, 신용 잔액은 1조3900억위안에 달한다. 미국 증시가 고점 논란에 휩싸이면서 최근 국내 개미들도 중국 주식에 뛰어들었다. 최근 한 달 새 중국 주식 거래액은 20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과 함께 코로나 사태 수습이 가장 빠른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중국을 택하고 있는 이유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쏟아지는 미국에 비해 불안이 적다. 유동성도 풍부하다. 중국 내 신규 사회융자 증가 규모는 상반기에만 18조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 늘었다. 사회융자는 은행 대출에 채권 발행액 등을 모두 합쳐 전체 유동성 증감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빚을 내 투자하는 규모를 반영하는 신용융자 잔액도 최근 1조3800억위안으로 증가해 201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런 기대에 중국 증시는 급등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달 13일 2008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3458.79를 기록했다. 가파르게 오르던 중국 증시는 지난달 16일 4% 넘게 빠지며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낳았지만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3분기에도 강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높은 경제 성장세 및 낮은 불확실성 △풍부한 유동성 △정책 연속성 등이 증시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 성장률 반등폭이 2분기보다 줄어들 가능성도 있지만 소비와 수출 대비 고정자산투자(인프라·부동산)의 회복세가 더 탄력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올 2분기 ‘V자’ 반등에 성공한 중국 경제가 3분기에 5% 이상, 하반기 기준 약 8%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반기 주목해야 하는 분야로 (1)상반기 매출 회복률이 높고 (2)인프라 투자와 부동산 경기 관련성 높고 (3)온라인 소비 관련 업종을 꼽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국 증시에 대한 거품 논란을 반박하는 의견도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신용융자 잔액 규모는 중국 상장사 시가총액 대비 2% 내외에 불과하다”며 “2015~2016년 중국 증시 급락 당시 시가총액 대비 중국 신용융자 잔액 비중은 4.7%였다”고 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높은 회복세를 보여온 미국 증시는 여전히 코로나 공포에 휩싸여 있다. 지난 4월 4만 명대를 밑돌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최근 6만 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불안이 커지고 있는 것도 악재로 꼽힌다.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법인세율 인상,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서비스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등 증시에 우호적이지 않은 정책 변화가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 대선이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이 호재라고 봤다. 그는 “대선이 진행되는 11월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높아지기보다는 후보들이 앞다퉈 희망적인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런 기대가 미국 증시에 반영되고 한국 증시도 동조화를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독점 산업에 대한 규제가 다소 우려스럽지만 그게 강하지 않다면 성장을 추구하는 정책 변수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결국 경기 지표 반등의 ‘기울기’가 어느 정도 될지가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양호하다는 것도 미국 증시를 긍정적으로 보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기업 실적 발표가 당장 주식시장 상승세를 크게 꺾어놓을 요소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루 확진자가 6만 명에 달하지만 코로나19 공포가 증시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6만 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미국 주식시장이 이를 큰 악재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1차 팬데믹만큼 강하지 않은 록다운 정책과 1차 팬데믹 당시만큼 많지 않은 사망자 수,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감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1947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한 2분기 성장률 충격파를 간과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권희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경제활동 재개와 2분기 극심한 침체의 기저효과를 바탕으로 크게 개선될 것이 자명하지만 미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회복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보이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경제활동량을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