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지 않는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가 먼저 떨어지기 때문에 은행의 이익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5일 이 같은 내용의 ‘금리인하가 은행 수익성과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황순주 KDI 연구위원은 최근 정책금리(기준금리) 인하로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악화되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보고서의 핵심 주장은 “기준금리 인하가 반드시 은행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논리는 이렇다. 정책금리가 인하되면 초단기 금융상품인 예금금리는 즉시 하락한다. 하지만 만기가 긴 대출금리는 바로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은행의 순이자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은 커진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또 국내 은행들이 예금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황 위원은 “장기적으로 봐도 은행은 예금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이 있기 때문에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며 “단기 금리변동과 무관한 장기 대출 비중도 높일 수 있어 정책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금리 하락폭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황 위원이 2002~2019년 은행 자료를 토대로 실증분석한 결과 콜금리가 1%포인트 변동할 때 예금금리는 0.53%포인트, 대출금리는 0.58%포인트 변동했다. 순이자마진의 변동은 0.05%포인트에 그쳤다. 콜금리가 정책금리와 사실상 동일한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기준금리가 오르든 내리든 순이자마진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황 위원은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인하할 때 은행 수익성 악화에 따른 금융 불안 가능성을 제약 요인으로 고려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제언이 현재 코로나19발 경제 위기 상황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극심한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대출금리를 내려도 대출이 그만큼 늘어나지 않고 따라서 순이자마진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