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의 항구에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 최소 100명이 숨지고 부상자 4000여 명이 발생했다.

4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날 베이루트 항구에서 굉음과 함께 매우 큰 폭발이 두 차례 일어났다. 이번 폭발 규모는 매우 커서 폭발 지점 인근 건물이 무너지고 일대 건물 창문들이 대거 깨졌다. 레바논에서 약 240㎞ 떨어진 지중해의 섬나라 키프로스에서도 폭음이 들릴 정도였다. 한 베이루트 시민은 AP통신에 “핵폭발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번 폭발로 화재가 일어나고 거대한 검은 연기 구름이 항구 일대를 뒤덮으면서 추가 피해도 발생했다. 레바논 당국은 이번 사고로 최소 100명이 숨지고 4000여 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베이루트에는 레바논 정부 부처와 각종 기관을 비롯해 각국 대사관, 비정부기구 등이 모여 있다.

폭발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현지 언론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발생한 불꽃이 질산암모늄 창고에 옮겨 붙어 대규모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질산암모늄은 폭발물과 화약 재료 등으로 쓰인다.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이날 최고국방위원회를 소집해 “이번 폭발은 중대한 국가적 재난”이라며 “폭발성이 큰 질산암모늄 2750t이 2014년부터 항구 창고에 보관돼 있었고,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레바논 정부는 베이루트에 2주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베이루트 당국은 이번 폭발로 25만 명가량이 집을 잃었고, 재산 피해 규모는 50억달러(약 5조9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테러 공격으로 인해 폭발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시 상황을 볼 때 베이루트가 끔찍한 폭탄 공격을 받은 것 같다”며 “일부 장성이 그렇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CNN은 미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공격으로 볼 만한 단서가 없다”며 “실제 공격으로 폭발이 일어났다면 일대 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이 병력을 움직였을 텐데 그런 조치도 없었다”고 보도했다.

5일 알자지라는 레바논 당국이 폭발 원인으로 지목된 질산암모늄이 시내에 대량 적재돼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수년간 방치했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레바논 세관은 수차례 사법부에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처리 방안을 승인해달라고 요구했다”며 “그러나 공무원과 판사 등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처리를 뭉개다 참사가 났다”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이번 폭발 사고와 관련한 한국인 피해 여부에 대해 “현재까지 접수된 인명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선한결/임락근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