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 고심하는' SK 계열사 사명 변경
사명 변경을 추진하던 SK의 에너지·화학 계열사들이 고민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 상반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탓에 새로운 이름을 발표할 모멘텀(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의 사명 변경 발표도 늦춰지면서 자회사들은 ‘눈치보기’에 들어갔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SK인천석유화학, SK E&S 등은 사명 변경을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다. 이들 회사는 지난해 말부터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올여름을 목표로 사명 변경을 준비해왔다. SK그룹의 브랜드를 담당하고 있는 SK(주)도 이미 지난 2월 ‘SK센트라’ ‘SK넥스트림’ ‘SK뉴웬’ ‘SK엔솔브’ 등을 특허청에 상표 출원한 상태다.

사명 변경 준비 작업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주문에 따른 것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경기 이천포럼에서 “기업 이름에 에너지, 화학 등이 들어가면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기 힘들다”며 “과거엔 자랑스러운 이름이었지만 지금은 사회적 가치와 맞지 않을 수 있고, 환경에 피해를 주는 기업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처럼 이름에 업종이 특정되지 않아야 향후 사업 영역을 확대할 때도 입지를 다지기 유리하다는 의미다.

'타이밍 고심하는' SK 계열사 사명 변경
하지만 발표 시기가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새로운 사명은 기업의 비전, 미래 먹거리 등을 대대적으로 알리는 차원에서 인수합병(M&A)을 추진하거나 좋은 실적을 냈을 때 발표한다”며 “하지만 코로나19로 에너지·화학업계의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지금 새 이름을 공개하는 건 무리일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 자회사인 SK에너지는 지난 1분기 1조509억원의 적자를 냈다.

SK텔레콤의 결정도 변수다. SK텔레콤도 내부 TF를 구성하고 새 사명을 검토 중이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을 시작으로 잇따라 새 사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정이 늦춰지면서 계열사 및 자회사들의 발표도 연기된 것이다.

그룹 계열사들의 사명 변경 움직임과 관련, 오랫동안 쌓아온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를 잃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박재현 한국브랜드마케팅 연구소 대표는 “사업 연관성이 떨어지는 너무 추상적인 사명으로 바뀔 경우 소비자 인지도가 떨어지는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