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법치와 민주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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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법치와 민주공화국](https://img.hankyung.com/photo/202008/AA.23410958.1.jpg)
‘법에 의한 지배가 모두에게 유리하다’는 이런 사고는 근대 이후 정치철학의 근간이다. 1955년 국제법률가협회는 “국가는 법의 지배 하에 있다”고 선언했고, 50년 뒤인 2005년 국제변호사협회는 “법의 지배는 문명사회의 토대”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의 지배는 무섭고 위험하다’는 난데없는 페이스북 포스팅으로 주목받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를 통해 실현된다고 연설한 데 대해 “매우 충격적” “과감한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법의 지배에 대한 동서고금의 폭넓은 동의를 감안할 때 신 의원의 주장은 뒤통수를 때리는 듯 당혹스럽다. 절대자유주의자조차 ‘법안에서의 자유’라는 제한에 이의를 달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불가한 정신세계다.
형식적 법치주의인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와 혼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히틀러는 수권법을 통해 자신의 명령을 법보다 우선하는 독재권력을 구축하고, 뉘른베르크법으로 홀로코스트의 문을 열었다. 이처럼 법이 통치자의 의지를 강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요한 것이 자유 평등이란 공화가치를 지키는 일이다. 미국이 수정헌법 1조에서 ‘종교·표현·언론 자유와 집회 및 청원의 권리를 막는 입법의 금지 규정’을 둔 이유다.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