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이 고갈돼 적자가 날 걸 알고서도 이를 몇 년간 은폐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적절한 요율 인상 등 조치가 이뤄지지 않게 돼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재정 고갈 시기가 더욱 앞당겨진 것으로 밝혀졌다.

6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4월 내놓은 ‘노인요양시설 운영 및 관리실태’ 보고서에서 복지부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복지부는 2016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중장기 재정을 전망하면서 2022년이면 장기요양보험 적립금이 모두 고갈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18년 국회예산정책처가 시행한 재정 전망과도 일치하는 결과다.

하지만 복지부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이런 재정 전망을 장기요양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장기요양위원회는 매년 보험료율, 현금급여액 등 장기요양보험과 관련한 주요 정책을 심의 및 결정하는 기구다. 이 때문에 장기요양위원회는 중장기 재정 전망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를 정확히 알아야만 장기요양위원회가 재정 고갈을 막기 위해 적절하게 요율을 인상하거나 정부 지원금을 요청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복지부가 재정 전망을 숨김에 따라 장기요양위원회는 2016~2018년 보험료율과 수가를 부실하게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바람에 실제 적립금 고갈 속도는 당초 전망보다 훨씬 빨라져 예상보다 2년 앞당겨진 올해부터 ‘적자 경보’가 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감사를 하면서 복지부의 이런 은폐 사실을 인지하고 즉시 장기요양위원회에 보고하라고 복지부에 명령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작년 8월 장기요양위원회에 뒤늦게 재정전망을 공개했다. 2018년 12.7%, 2019년 15.3% 인상됐던 장기요양보험료율을 장기요양위원회가 올해 20.45%나 올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또 복지부는 장기요양보험 재정 전망을 하면서 기초 수치인 ‘(장기요양서비스) 인정자 수’조차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장래 노인 인구 증가율을 고려해야 하는데도 복지부는 직전 1년간의 월평균 인정자 증가율을 단순 적용했다는 것이다.

최종석 전문위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