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장기요양보험위원회는 내년 장기요양보험료율을 10~15% 인상하는 방안을 심의하고 있으며 이르면 이달 결정할 예정이다. 장기요양보험료는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요양시설이나 자택에서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보험이다.
한 달도 못 버티는 장기요양보험료…"10~15% 안 올리면 내년 펑크"
장기요양보험은 일상생활이 어려운 65세 이상 노인이나 치매, 중풍, 파킨슨병 등 노인성 질병이 있는 65세 미만자에게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보험제도다. 장기요양보험료는 건강보험료에 일정 비율을 곱해 산정한 후 건보료에 합산해 부과한다. 2020년 건강보험료는 직장가입자의 경우 소득액의 6.67%로, 이 중 근로자와 사용자가 절반(3.335%)씩 부담한다. 장기요양보험료는 이 건강보험료에 10.25%를 곱한 금액을 근로자와 사용자가 납부한다.이미 3년간 56.5% 급등
장기요양보험료율은 2008년 제도 도입 이후 2009~2010년을 제외하면 2017년까지 줄곧 6.55% 수준에서 동결돼왔다. 현 정부 출범 이후 2018년부터 3년간 장기요양보험료율이 급등하면서 올해 10.25%까지 56.5% 인상됐다. 장기요양보험료의 산출 기준이 되는 건강보험료 자체도 2018년 이후 매년 2.04%에서 3.49%까지 오른 점을 고려하면 각 가구가 실제 납부하는 월평균 장기요양보험료는 이보다 더 크게 늘었다. 2017년 6581원에서 올해 1만1424원으로 73.6% 인상됐다.장기요양보험료가 크게 오른 원인으로는 우선 고령화가 꼽힌다. 하지만 최근 급등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한 ‘문재인 케어’에서 더 큰 영향을 받았다. 정부는 경증 치매 노인도 ‘인지지원등급’으로 분류해 2018년부터 지원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 때문에 장기요양보험 수급자는 2017년 59만 명에서 2019년 77만 명, 2020년 88만 명으로 늘었다.
정부는 또 중위소득 50% 이하의 저소득층에만 제공되던 본인부담금 50% 경감 혜택을 중위소득 100%까지로 확대했다. 저소득층에 대한 경감비율도 50%에서 60%로 높였다.
여기에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으로 장기요양보험의 재정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요양보호사, 간호사 등 장기요양 종사자의 인건비가 올랐으며, 장기요양급여 수가도 뛰었다. 2018~2020년 장기요양보험 수가 인상률은 연평균 6.5%로 나타났다. 2013년~2017년의 연평균 2.6% 인상에 비해 2.5배가량 높은 수치다.
그 달 걷어 그 달 쓰는 실정
사회보험은 적립금을 쌓아두고 지출에 대비한다. 2019년 기준으로 고용보험은 6.3개월분, 산재보험은 36.3개월분, 건강보험은 3개월분의 적립금이 있다. 하지만 장기요양보험은 0.8개월분에 불과하다. 사실상 그달에 걷어서 바로 그달 지출하고 있다.재정 고갈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2018년 국회 예산정책처는 장기요양보험의 적립금이 2022년 바닥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는 이 예측보다 더 빨라졌다. 2019년 보건복지부가 장기요양위원회에 보고한 재정전망에서는 당장 2020년 6494억원의 적자로 돌아선 뒤 2023년이면 9조9426억원의 적자가 날 것이라고 했다. 2020년 한 해에 보험료율을 20.45%나 인상하기로 한 이유다.
그럼에도 내년에 또 재정이 바닥날 가능성이 높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보험료 수입이 당초 계획보다 2000억원 이상 줄었다. 장기요양보험위원회가 8~9월에 10~15%의 인상을 추진하는 이유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위원장인 장기요양위원회는 공익, 가입자, (장기요양서비스) 공급자를 대표하는 위원 7인씩으로 구성돼 있다.
가입자 대표 중 하나인 한국경영자총협회의 김동욱 사회정책 본부장은 “고용보험,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까지 사회보험료가 줄줄이 오른 데다 코로나19로 가입자의 부담 여력이 크게 떨어졌다”며 “근본적인 재정 안정 대책 없이 해마다 땜질식 보험료 인상으로 가입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최종석 전문위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