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화장품기업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최근 위기를 맞았다. 2017년 중국 한한령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올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실적이 나빠졌다.
'이대로 가다간 후발주자들에게 금세 따라잡힐 것'이란 두려움 속에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찾은 해법은 '디지털 전환'이다. 최근 네이버, 11번가, 무신사 등 이 분야 강자들과 잇달아 손을 잡았다. 빠른 속도로 디지털로 전환하기 위해 디지털업계 강자들과 협업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신사와 100억 규모 펀드 조성

패러다임의 전환…'전사적 디지털화'로 방향 튼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온라인 패션 전문몰 1위 무신사와 1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유망한 패션·뷰티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 육성하기 위한 펀드다.

100억원 중 아모레퍼시픽그룹은 49억원, 무신사가 50억원, 무신사파트너스가 1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펀드 운용은 무신사의 투자 자회사인 무신사파트너스가 맡는다. 패션·뷰티 기업 뿐만 아니라 유망한 다중채널네트워크(MCN) 기업, 컨슈머 서비스, 디지털 커머스 등 다방면에 투자할 계획이다. MCN은 유튜버 등을 육성하고 함께 콘텐츠를 기획, 개발하는 기획사다. 최근 인기 유튜버가 늘고 MCN이 급부상하자 아모레퍼시픽그룹과 무신사도 이 영역에 투자키로 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주요 소비자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1020세대가 회원의 80%에 이르는 무신사와 협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며 “패션·뷰티 분야 유망기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올 들어 디지털 '광폭 행보'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전사적 디지털화’를 강조했다. 서 회장은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뛰어넘는 옴니채널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기업만이 생존할 것”이라며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를 선도하자”고 강조했다.

이후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디지털 전환을 위해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5월엔 헤라 등의 브랜드에서 ‘카카오톡 선물하기’ 전용 상품을 내놨다. 6월엔 네이버와 온·오프라인 유통 분야에서 협업하고 브랜드를 개발하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에 비대면 체험매장 ‘아모레스토어’를 열고 증강현실(AR)을 활용한 제품 체험 서비스 등도 제공한다.

쿠팡에서 단독으로 판매하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 ‘이너프 프로젝트’도 선보였다. 지난달엔 ‘라방’(라이브방송)을 시청하면서 제품을 구입하는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 11번가와 라이브커머스 등 디지털 공동사업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기존엔 신규 브랜드를 온·오프라인에서 전방위적로 판매했는데 최근 전략을 바꿨다"며 "특정 고객을 겨냥해 세분화한 디지털 전략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에 문을 연 비대면 체험 매장 '아모레스토어'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에 문을 연 비대면 체험 매장 '아모레스토어'
해외 온라인몰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도 유통업체 나이카와 손잡고 대표 브랜드인 설화수를 인도 온라인 채널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난 5일엔 미국 아마존에 아모레퍼시픽, 마몽드 등 2개 브랜드를 입점시키기도 했다.
아마존에 입점한 브랜드 '아모레퍼시픽'
아마존에 입점한 브랜드 '아모레퍼시픽'

"옴니채널 기업만이 생존할 것"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이렇게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들어 2분기 연속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31일 발표한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5%, 67% 감소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공격적인 디지털 전환 효과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온라인 매출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아모레퍼시픽 법인의 국내 온라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0% 늘었다. 2분기에도 60% 증가했다. 2분기 설화수, 헤라, 프리메라, 아모레퍼시픽, 바이탈뷰티 등 럭셔리 브랜드 매출이 전년대비 80% 이상 늘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하반기에도 온라인 매출을 전년대비 50% 이상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