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영화산업이 큰 타격을 받은 가운데 한국 영화들이 해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선전하고 있다. ‘반도’(사진), ‘레드슈즈’ 등 코로나19를 뚫고 해외에서 개봉한 영화들은 흥행몰이에 들어갔고 ‘기생충’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해외 매출이 늘어나며 국내에서 달성해야 할 손익분기점이 낮아지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5일 국내 개봉한 연상호 감독의 영화 ‘반도’는 이달 4일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8개국에서 올린 매출이 4000만달러(약 480억원)를 돌파했다. 국내와 같은 날 개봉한 대만에선 누적 매출 1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올해 대만 최고 흥행작이 됐다. 베트남에서도 333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기생충’을 제치고 한국 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몽골 등에서도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흥행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테넷’ ‘뮬란’ 등 할리우드 대작의 개봉이 미뤄지면서 ‘반도’가 아시아 여름 극장가에서 거의 유일하게 선보인 액션 대작(블록버스터)이란 점이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반도’는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나온 영화 중 처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6일 기준 국내 누적 관객 수는 359만 명이다. 총 19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이 작품의 손익분기점은 540만 명이었으나 해외 선판매 덕에 250만 명으로 낮아졌다. 배급사 NEW에 따르면 ‘반도’는 190개국에 판매됐다. 192개국에 수출된 ‘기생충’과 비슷하다. 코로나19 이전 개봉한 작품도 잇달아 성과를 내고 있다. 토종 애니메이션 ‘레드슈즈’는 70개국에 배급됐다. 스페인에서 지난달 개봉해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도 지난달 개봉돼 100만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 정보사이트 릴굿에 따르면 영화 ‘기생충’은 올 4~6월 북미 지역에 서비스된 OTT 플랫폼에서 가장 많이 재생된 영화 1위에 올랐다. 10.7%의 점유율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인셉션’(8.6%)을 제쳤다. 연상호 감독의 영화 ‘부산행’은 12위에 올랐다. ‘기생충’은 6일 기준으로 아마존 OTT 글로벌 전체 순위에서 2위를 기록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