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거품 조짐…너무 오르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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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고수들의 증시 '나침반'
(9)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사장
당분간 박스권 머물며 '키맞추기' 할 것
지금은 성장주 아닌 가치주 비중 늘릴때
BBIG7 등 주도주도 쉽게 꺽이진 않을 것
은행주 등 경기민감주 가장 유망
(9)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사장
당분간 박스권 머물며 '키맞추기' 할 것
지금은 성장주 아닌 가치주 비중 늘릴때
BBIG7 등 주도주도 쉽게 꺽이진 않을 것
은행주 등 경기민감주 가장 유망
유동성이 금, 주식, 부동산 할 것 없이 모든 자산의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낮은데도 자산 가격은 오른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사장(56·사진)은 "자산가격 거품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역사적으로 거품은 꺼지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실적이 회복되는 속도보다 주가가 너무 빨리 오르는 게 문제"라며 "실적과 주가간 괴리가 지나치게 커지면 결국에는 수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중앙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 동원증권에 입사하며 금융투자업계에 발을 들였다. 동원증권 자산운용실 상무,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장 등을 거쳐 2018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사장으로 취임했다. 국내 대표적인 가치투자가이자 장기투자가로 정평이 나 있다.
▶코스피지수가 연중 고점을 넘었다. 상승장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탈)이 아닌 유동성에 기초해서 주가가 올랐으니 상단도 명확하지 않다. 갈데까지 가야 멈추지 않을까. 그 '갈데'가 어딘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최근 모습을 보면 펀더멘탈의 영역을 너무 많이 벗어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유가증권시장 주가수익비율(PER)은 역대 최대 수준이다. 기업 실적 저점이 2분기인지, 3분기인지도 확실치 않다. 증권가에서는 일반적으로 2분기가 저점이라고 보지만 소비재, 산업재를 비롯해 경기민감(시클리컬) 업종에서는 3분기 실적이 더 안좋은 종목도 속출할 것이다.
증시 전체가 당장 조정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분간은 박스권에 머물면서 키맞추기를 할 것으로 본다. 코스피지수가 많이 올랐다지만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오른 건 일부 업종에 국한된다. 회복이 안 된 것도 많다. 너무 과하게 오른 건 조정을 받고, 제대로 안 오른 건 더 오르는 흐름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는 주식 비중을 줄여야 하나
▷아니다. 늘려야 한다. 다만 성장주가 아닌 가치주를 늘려야 한다. 펀더멘탈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기업의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 자산, 수익성 등을 잘 살핀 뒤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 비해 현저하게 저평가돼 있는 종목을 고르면 된다. 적정 수준의 이익을 꾸준히 내면서도 연간 3~4% 배당을 할 여력이 있는 기업이면 지금 시점에서 투자 매력이 있다.
▶2차 바닥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없을까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하게 재확산되면 폭락장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아보인다. 증시를 떠받쳐 온 주요국의 유동성 공급 여력도 아직 많이 남아있다.
이 외에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변수도 있다. 최근 미국 중국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재선을 의식해서 보여주기식으로 갈등을 연출하는 건지, 국제정세가 근본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건지는 확실치 않다.
▶'BBIG7'(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LG화학·삼성SDI·카카오·네이버·엔씨소프트) 등 코로나19 사태에서 두각을 나타낸 종목들이 최근 조정을 받고 있다. 일시적 조정일까, 대세 하락으로의 전환일까
▷단기적으로는 한 번 더 오르지 않을까 싶다. 주도주는 그렇게 쉽게 꺾이지 않는다. 펀더멘탈에 의해 오르는 건 아니다. 주가는 항상 적정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너무 많이 오르거나, 너무 많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다만 이럴 때 너무 과하게 오르면 거품이 터지면서 본격적인 조정이 올 수 있다.
길게 보면 결국에는 조정 국면이 올 거다. 실적 개선 속도와 주가 상승 속도 간 괴리가 커졌기 때문에 주가는 그대로 있으면서 실적이 올라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들 종목의 실적이 본격적으로 개선되는 건 내년 이후다. 펀더멘탈 괴리가 해소되면서 주가도 오르는 시기가 단기간에 오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업종을 제외하고 지금 시점에서 가장 상승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꼽는다면
▷코로나19 사태가 빠르게 진정되면 항공, 의류, 여행 등 분야의 종목이 오를 것이다. 적당한 속도로 수습된다면 시클리컬 업종, 은행주 등이 유망하다.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면 지금까지처럼 비대면, 바이오 등이 앞으로도 오를 것이다. 3가지 시나리오 중에서 적당한 속도로 수습될 가능성이 높으니 시클리컬 업종, 은행주 등이 가장 유망하다고 본다.
▶성장주가 독주하면서 “가치주의 시대가 갔다”는 말이 나오는데 동의하나
▷동의하지 않는다. 어떤 종목도 영원히 오르지는 않는다. 쉬어가는 국면이 오면 패러다임이 바뀐다.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한쪽으로 너무 쏠렸을 때 반전이 찾아온다. 지금 그런 상황으로 가고 있다. 7부 능선을 넘었다.
▶해외 주식에 투자한다면 미국과 중국 중에서 어디가 좋을까
▷중국이 낫다고 본다. 미국은 너무 많이 올랐다. 미국 기업이 전세계 대부분의 기술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건 맞지만, 이미 주가에 상당부분 반영이 됐다. 반면 중국 증시는 오랫동안 눌려 있었다. 중국이 더 성장하면서 다른 선진국이 밟아온 궤적을 밟는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오를 수 있는 여지가 더 크다.
더군다나 중국은 내수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는 나라다. 때문에 최근 가속화하고 있는 탈세계화 움직임의 부정적 영향을 적게 받는다. 지금 주가 수준에서는 밸류에이션 부담도 크지 않다. 최근 중국 증시가 조정을 받기는 했지만 일시적인 거라고 봐야 한다. 중국에서도 유동성이 풍부하고, 개인의 주식 투자도 활발하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이 사장은 중앙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 동원증권에 입사하며 금융투자업계에 발을 들였다. 동원증권 자산운용실 상무,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장 등을 거쳐 2018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사장으로 취임했다. 국내 대표적인 가치투자가이자 장기투자가로 정평이 나 있다.
▶코스피지수가 연중 고점을 넘었다. 상승장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탈)이 아닌 유동성에 기초해서 주가가 올랐으니 상단도 명확하지 않다. 갈데까지 가야 멈추지 않을까. 그 '갈데'가 어딘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최근 모습을 보면 펀더멘탈의 영역을 너무 많이 벗어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유가증권시장 주가수익비율(PER)은 역대 최대 수준이다. 기업 실적 저점이 2분기인지, 3분기인지도 확실치 않다. 증권가에서는 일반적으로 2분기가 저점이라고 보지만 소비재, 산업재를 비롯해 경기민감(시클리컬) 업종에서는 3분기 실적이 더 안좋은 종목도 속출할 것이다.
증시 전체가 당장 조정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분간은 박스권에 머물면서 키맞추기를 할 것으로 본다. 코스피지수가 많이 올랐다지만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오른 건 일부 업종에 국한된다. 회복이 안 된 것도 많다. 너무 과하게 오른 건 조정을 받고, 제대로 안 오른 건 더 오르는 흐름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는 주식 비중을 줄여야 하나
▷아니다. 늘려야 한다. 다만 성장주가 아닌 가치주를 늘려야 한다. 펀더멘탈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기업의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 자산, 수익성 등을 잘 살핀 뒤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 비해 현저하게 저평가돼 있는 종목을 고르면 된다. 적정 수준의 이익을 꾸준히 내면서도 연간 3~4% 배당을 할 여력이 있는 기업이면 지금 시점에서 투자 매력이 있다.
▶2차 바닥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없을까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하게 재확산되면 폭락장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아보인다. 증시를 떠받쳐 온 주요국의 유동성 공급 여력도 아직 많이 남아있다.
이 외에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변수도 있다. 최근 미국 중국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재선을 의식해서 보여주기식으로 갈등을 연출하는 건지, 국제정세가 근본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건지는 확실치 않다.
▶'BBIG7'(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LG화학·삼성SDI·카카오·네이버·엔씨소프트) 등 코로나19 사태에서 두각을 나타낸 종목들이 최근 조정을 받고 있다. 일시적 조정일까, 대세 하락으로의 전환일까
▷단기적으로는 한 번 더 오르지 않을까 싶다. 주도주는 그렇게 쉽게 꺾이지 않는다. 펀더멘탈에 의해 오르는 건 아니다. 주가는 항상 적정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너무 많이 오르거나, 너무 많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다만 이럴 때 너무 과하게 오르면 거품이 터지면서 본격적인 조정이 올 수 있다.
길게 보면 결국에는 조정 국면이 올 거다. 실적 개선 속도와 주가 상승 속도 간 괴리가 커졌기 때문에 주가는 그대로 있으면서 실적이 올라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들 종목의 실적이 본격적으로 개선되는 건 내년 이후다. 펀더멘탈 괴리가 해소되면서 주가도 오르는 시기가 단기간에 오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업종을 제외하고 지금 시점에서 가장 상승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꼽는다면
▷코로나19 사태가 빠르게 진정되면 항공, 의류, 여행 등 분야의 종목이 오를 것이다. 적당한 속도로 수습된다면 시클리컬 업종, 은행주 등이 유망하다.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면 지금까지처럼 비대면, 바이오 등이 앞으로도 오를 것이다. 3가지 시나리오 중에서 적당한 속도로 수습될 가능성이 높으니 시클리컬 업종, 은행주 등이 가장 유망하다고 본다.
▶성장주가 독주하면서 “가치주의 시대가 갔다”는 말이 나오는데 동의하나
▷동의하지 않는다. 어떤 종목도 영원히 오르지는 않는다. 쉬어가는 국면이 오면 패러다임이 바뀐다.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한쪽으로 너무 쏠렸을 때 반전이 찾아온다. 지금 그런 상황으로 가고 있다. 7부 능선을 넘었다.
▶해외 주식에 투자한다면 미국과 중국 중에서 어디가 좋을까
▷중국이 낫다고 본다. 미국은 너무 많이 올랐다. 미국 기업이 전세계 대부분의 기술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건 맞지만, 이미 주가에 상당부분 반영이 됐다. 반면 중국 증시는 오랫동안 눌려 있었다. 중국이 더 성장하면서 다른 선진국이 밟아온 궤적을 밟는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오를 수 있는 여지가 더 크다.
더군다나 중국은 내수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는 나라다. 때문에 최근 가속화하고 있는 탈세계화 움직임의 부정적 영향을 적게 받는다. 지금 주가 수준에서는 밸류에이션 부담도 크지 않다. 최근 중국 증시가 조정을 받기는 했지만 일시적인 거라고 봐야 한다. 중국에서도 유동성이 풍부하고, 개인의 주식 투자도 활발하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