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집까지 떠내려가네"…물폭탄에 쑥대밭 된 전라도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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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봇대 넘어져 70대 사망, 8세 어린이 불어난 물에 실종
전국 산사태 위기경보 '심각'으로 상향
정부 긴급점검회의 "과할 정도로 사전조치해야"
전국 산사태 위기경보 '심각'으로 상향
정부 긴급점검회의 "과할 정도로 사전조치해야"
이틀 연속 쏟아진 물폭탄에 광주를 포함한 전라도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산사태로 사망자가 속출했고 강과 하천 호수가 범람해 이재민이 급격히 늘고 있다. 교통이 마비되고 도심과 농경지는 물에 잠겨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산사태 잇따라…주민 사망하고 주택은 파손
8일 방재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29분께 곡성군 오산면 마을 뒷산에서 토사가 무너져 내려 주택 5채를 덮쳤다. 한데 모여 있는 3채는 토사에 완전히 뒤덮여 김모(71·여), 윤모(53·남), 이모(60·여) 씨가 숨졌고 이튿날 재개된 구조 작업에서는 다른 주택에 사는 이모(73·여) 씨가 발견됐으나 숨졌다. 방재 당국은 동거인 1명이 더 매몰된 것으로 보고 수색하고 있다.
이날 오전 4시 11분께는 전남 담양군 무정면에서는 주택이 무너졌다는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됐다. 소방대원들은 당시 집안에 2명이 머물렀던 것으로 보고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오전 5시께에는 담양군 금성면 한 주택에서 불이 나 집 안에 있던 70대가 숨진 채 발견됐다. 폭우로 약해진 지반 탓에 전봇대가 넘어지면서 불이 난 것으로 담양군은 파악했다.
담양군 봉산면 한 하천에서는 8세 여자 어린이가 불어난 물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이 어린이는 폭우로 침수된 집을 빠져나와 대피소로 이동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곡성군 오곡면에서는 마을창고 뒤편 경사면이 무너져 내려 주민 4명이 다치는 등 곳곳에서 주택 파손 등으로 부상자도 나오고 있다.
산림청은 이날 정오를 기해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의 산사태 위기 경보를 가장 높은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 발령한 상태다.
구례와 곡성에 걸쳐 흐르는 섬진강이 범람하면서 일대 주민들이 대피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주변 농경지와 주택 마당 등은 물에 잠겼다. 호남의 젖줄로 불리는 영산강은 수위가 위험선을 넘으면서 영산대교와 영산교·죽산교가 통제됐다. 구례 서시천에서는 둑이 무너졌으며 장성 황룡강 단광천도 범람해 인근 주민들이 황급히 대피했다. 광주 도심을 흐르는 광주천도 범람 직전까지 갔다가 수위가 다소 낮아졌지만 그치지 않은 장대비에 안심한 수 없는 상황이다.
광주 극락교와 장록교·나주 나주대교와 남평교 등 영산강 4개 지점, 곡성 금곡교·구례 구례교와 송정리 등 섬진강 3개 지점에는 홍수 경보가 내려졌다. 담양댐, 광주댐, 장성댐, 나주댐, 주암댐 등 영산강과 섬진강 수계 댐들도 일제히 제한 수위를 넘어섰다. 섬진강 댐은 방류가 시작되면서 하류에 있는 전북 임실지역 주민 수십명이 마을에 고립된 상태다.
◆광주 전남 도심 외곽 모두 물바다…피해 불어날 듯 광주와 전남에선 도심과 외곽 할 것 없이 전역이 물바다로 변했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 천변 도로, 상가, 주택, 농경지 모두 물에 잠기며 폭우를 실감했다.
이틀간 광주에서만 583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도로 187곳이 침수되는 등 196개 공공시설, 387개 사유시설이 피해를 봤다. 주택 182채를 비롯해 하수도(60), 석축 옹벽(10), 농경지(26) 등도 피해를 입었다. 치명상을 입은 전남 농경지, 과수·축산 농가 등 집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피해는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으로 이틀간 내린 비는 곡성 옥과 511.5㎜, 화순 북 486.5㎜, 담양 485.0㎜, 광주 469.1㎜를 기록했다. 이날 주요 지점 1시간 강수량은 화순 북 55.0㎜, 광주 조선대 43.5㎜, 구례 43.0㎜, 곡성 석곡 36.5㎜ 등이었다.
광주와 화순, 나주, 영광, 함평, 순천, 장성, 구례, 곡성, 담양 등 전남 9개 시·군에는 호우경보가 여전히 발효 중이다.
도로 교통이 마비된 것은 물론 전라선 익산∼여수엑스포역 구간 KTX와 일반 열차 운행도 모두 중단됐다. 한국철도(코레일)에 따르면 동산∼전주 구간 선로 침수와 곡성∼압록역 구간 교량 수위 상승으로 이날 오전 10시부터 익산∼여수엑스포역 구간 모든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전라선 모든 열차(KTX, 새마을, 무궁화호)는 용산역에서 익산역까지만 운행한다. 월곡천교 침수로 열차가 교량을 건널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광주역 열차 운행도 중단됐다. 서울 용산~광주역행 새마을호(왕복 8회)는 광주송정역까지, 용산발 무궁화호(12회)는 익산역까지만 운행된다.
한편 정부는 집중호우로 전라도를 비롯한 전국에서 피해가 속출하자 이날 오전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다. 진영 행안부 장관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는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와 6개 관계부처, 17개 시·도 관계자들이 호우 피해 현황과 대처상황을 살폈다.
특히 최근 예기치 않은 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산사태 우려가 있는 곳에서는 위험지구로 지정되지 않았어도 사전대피를 철저히 하고, 급류 발생 지역에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사전조치를 해 달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재민 불편이 없도록 임시 주거시설과 구호 물품을 신속히 지원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임시 대피시설 내 방역 관리도 철저히 해 달라고 지시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산사태 잇따라…주민 사망하고 주택은 파손
8일 방재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29분께 곡성군 오산면 마을 뒷산에서 토사가 무너져 내려 주택 5채를 덮쳤다. 한데 모여 있는 3채는 토사에 완전히 뒤덮여 김모(71·여), 윤모(53·남), 이모(60·여) 씨가 숨졌고 이튿날 재개된 구조 작업에서는 다른 주택에 사는 이모(73·여) 씨가 발견됐으나 숨졌다. 방재 당국은 동거인 1명이 더 매몰된 것으로 보고 수색하고 있다.
이날 오전 4시 11분께는 전남 담양군 무정면에서는 주택이 무너졌다는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됐다. 소방대원들은 당시 집안에 2명이 머물렀던 것으로 보고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오전 5시께에는 담양군 금성면 한 주택에서 불이 나 집 안에 있던 70대가 숨진 채 발견됐다. 폭우로 약해진 지반 탓에 전봇대가 넘어지면서 불이 난 것으로 담양군은 파악했다.
담양군 봉산면 한 하천에서는 8세 여자 어린이가 불어난 물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이 어린이는 폭우로 침수된 집을 빠져나와 대피소로 이동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곡성군 오곡면에서는 마을창고 뒤편 경사면이 무너져 내려 주민 4명이 다치는 등 곳곳에서 주택 파손 등으로 부상자도 나오고 있다.
산림청은 이날 정오를 기해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의 산사태 위기 경보를 가장 높은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 발령한 상태다.
구례와 곡성에 걸쳐 흐르는 섬진강이 범람하면서 일대 주민들이 대피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주변 농경지와 주택 마당 등은 물에 잠겼다. 호남의 젖줄로 불리는 영산강은 수위가 위험선을 넘으면서 영산대교와 영산교·죽산교가 통제됐다. 구례 서시천에서는 둑이 무너졌으며 장성 황룡강 단광천도 범람해 인근 주민들이 황급히 대피했다. 광주 도심을 흐르는 광주천도 범람 직전까지 갔다가 수위가 다소 낮아졌지만 그치지 않은 장대비에 안심한 수 없는 상황이다.
광주 극락교와 장록교·나주 나주대교와 남평교 등 영산강 4개 지점, 곡성 금곡교·구례 구례교와 송정리 등 섬진강 3개 지점에는 홍수 경보가 내려졌다. 담양댐, 광주댐, 장성댐, 나주댐, 주암댐 등 영산강과 섬진강 수계 댐들도 일제히 제한 수위를 넘어섰다. 섬진강 댐은 방류가 시작되면서 하류에 있는 전북 임실지역 주민 수십명이 마을에 고립된 상태다.
◆광주 전남 도심 외곽 모두 물바다…피해 불어날 듯 광주와 전남에선 도심과 외곽 할 것 없이 전역이 물바다로 변했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 천변 도로, 상가, 주택, 농경지 모두 물에 잠기며 폭우를 실감했다.
이틀간 광주에서만 583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도로 187곳이 침수되는 등 196개 공공시설, 387개 사유시설이 피해를 봤다. 주택 182채를 비롯해 하수도(60), 석축 옹벽(10), 농경지(26) 등도 피해를 입었다. 치명상을 입은 전남 농경지, 과수·축산 농가 등 집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피해는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으로 이틀간 내린 비는 곡성 옥과 511.5㎜, 화순 북 486.5㎜, 담양 485.0㎜, 광주 469.1㎜를 기록했다. 이날 주요 지점 1시간 강수량은 화순 북 55.0㎜, 광주 조선대 43.5㎜, 구례 43.0㎜, 곡성 석곡 36.5㎜ 등이었다.
광주와 화순, 나주, 영광, 함평, 순천, 장성, 구례, 곡성, 담양 등 전남 9개 시·군에는 호우경보가 여전히 발효 중이다.
도로 교통이 마비된 것은 물론 전라선 익산∼여수엑스포역 구간 KTX와 일반 열차 운행도 모두 중단됐다. 한국철도(코레일)에 따르면 동산∼전주 구간 선로 침수와 곡성∼압록역 구간 교량 수위 상승으로 이날 오전 10시부터 익산∼여수엑스포역 구간 모든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전라선 모든 열차(KTX, 새마을, 무궁화호)는 용산역에서 익산역까지만 운행한다. 월곡천교 침수로 열차가 교량을 건널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광주역 열차 운행도 중단됐다. 서울 용산~광주역행 새마을호(왕복 8회)는 광주송정역까지, 용산발 무궁화호(12회)는 익산역까지만 운행된다.
한편 정부는 집중호우로 전라도를 비롯한 전국에서 피해가 속출하자 이날 오전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다. 진영 행안부 장관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는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와 6개 관계부처, 17개 시·도 관계자들이 호우 피해 현황과 대처상황을 살폈다.
특히 최근 예기치 않은 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산사태 우려가 있는 곳에서는 위험지구로 지정되지 않았어도 사전대피를 철저히 하고, 급류 발생 지역에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사전조치를 해 달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재민 불편이 없도록 임시 주거시설과 구호 물품을 신속히 지원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임시 대피시설 내 방역 관리도 철저히 해 달라고 지시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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