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중은행들이 복잡한 우대금리 없이 만기일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정기예금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저금리로 갈 곳 잃은 대기자금을 잡아두기 위한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하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1개월부터 36개월까지 일·월 단위로 만기일 지정이 가능한 ‘우리 슈퍼 정기예금’(사진)을 출시했다. 카드이용 실적, 급여이체 등 우대조건 없이 모든 가입자에게 동일하게 연 0.8%의 금리를 제공한다. 최소 가입금액은 100만원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기존 상품과 달리 최소 가입금액을 제외하면 별도 제약이 없다”며 “자유로운 만기 관리가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신한·국민·하나은행도 비슷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S드림 정기예금’은 1개월부터 60개월까지 일 단위로 만기일을 지정할 수 있다. 금리는 연 0.6%로 최소 가입금액 300만원 이상이면 동일한 금리가 제공된다.

국민은행의 ‘국민 수퍼 정기예금’도 1개월부터 36개월까지 일·월 단위로 만기일 지정이 가능하다. 100만원부터 가입할 수 있고 금리는 연 0.6%다. 하나은행의 ‘3 6 9 정기예금’은 3개월 단위로 금리를 차등 지급한다. 만기일은 1년으로 동일하지만 3개월마다 금리가 0.1%포인트씩 높아지는 식이다. 최소 가입금액은 300만원으로 연 0.75%의 금리를 제공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은 언제든 꺼내쓸 수 있는 수시입출식예금(요구불예금)으로 투자금을 옮기고 있다. 6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566조3160억원으로 전달 대비 24조원가량 늘었다.

생활자금 마련을 위해 정기예금을 해지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10조원 넘게 줄었다. 6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633조914억원이다.

대안으로 떠오르는 게 만기일 지정이 자유로우면서도 요구불예금보다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이다. 요구불예금 금리는 연 0.1%대로 낮은 반면 만기일 지정이 자유로운 정기예금은 최소 연 0.2%의 이자를 준다.

윤진우/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