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진흙투성이 집에 '망연자실'…"솥단지가 어찌 지붕에"(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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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수몰 주민 "언제 복구하나" 탄식…가족과 힘겹게 구슬땀
7개 마을 중 2개 아직 물바다…탈출한 소들도 떠돌아 "다리가 아파서 움직이지도 못해요.
복구를 어떻게 해요…."
'섬진강 제방 붕괴'와 연이은 장맛비로 물에 잠겼던 전북 남원시 금지면 귀석리의 9일 모습은 아수라장과 다름없었다.
사방이 물에 잠겨 마을 진입조차 어려웠던 전날과 달리 비구름이 점차 걷히면서 접근이 허락됐다.
마을로 들어서자 비릿한 물 내음과 악취가 동시에 코를 찔렀다.
곳곳이 진흙으로 뒤덮여 있고 마을 골목에는 찌그러지고 깨진 집기 도구와 잡동사니 등이 나뒹굴었다.
논과 하우스는 아직 물로 가득했지만, 마을은 어느 정도 물이 빠진 상황이었다.
전날 아들네 집에서 뜬눈으로 잠을 지새우고 이날 오전 7시부터 나와 집 상태를 살폈다는 박서운(75·여)씨는 진흙을 뒤집어쓴 가재도구를 앞에 두고 망연자실했다.
해가 드는 곳에는 물에 젖은 박씨의 만원권 7∼8장이 고이 놓여 있었다.
물이 빠지자마자 박씨는 알뜰히 모은 돈부터 건져 널었다.
박씨는 "나는 다리가 아파서 무거운 것도 못 들고 이렇게 앉아만 있다"며 "어제 물이 집 옥상까지 차올랐었다.
죄다 물에 잠기고 깨지고 떠내려갔는데 이제 어떻게 사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아들딸들이 오늘 와서 집을 닦으며 청소하고 있는데 언제나 복구될지는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옆 주택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조정순(79·여)씨는 가족들과 함께 집 안을 정리할 겨를도 없이 바닥에 깔린 진흙부터 서둘러 밖으로 퍼내고 있었다.
타지에서 거주하는 자녀들부터 사돈의 팔촌까지 불러 복구를 시작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다.
조씨는 "가족끼리 바닥을 먼저 청소하고 있는데 방안은 아직 손도 못 댔다"며 "집안이 온통 누렇게 변해서 '이제 어떻게 사나'하는 생각부터 든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는 아직 이 마을에 오지도 않은 것 같다"며 "이렇게 처참한 상황인데 도움을 좀 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시골집 침수 소식을 TV로 접하고 한달음에 달려왔다는 박수기(42)씨는 "자연재해가 있으면 경찰이며 소방이 도와줬으면 하는데 아직 지자체도 손을 쓰지 않는 것 같다"며 "별다른 복구 장비가 없어서 직접 집을 치우다가 다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나마 귀성리 등 다수의 마을은 물이 빠졌지만 일부 마을에는 여전히 물이 들어차 있다.
하도리 마을회관으로 향하는 길이 여전히 물에 잠겨 차량이 우회하고 있었다.
도로 양옆에 자리한 비닐하우스는 누런 물속에서 폭격을 맞은 듯 주저앉았다.
축사에 물이 차오르자 '소생크 탈출'을 한 송아지들은 거리를 활보했다.
하도마을 진입로에서 만난 주민들은 물이 가득한 골목을 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일부 주민은 집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물에 떠다니는 농약 봉지를 줍고 있었다.
지난 7일 오전 대피해 피난시설인 문화누리센터에서 잠을 청했다는 임옥순(72·여)씨는 지붕 위에 떡하니 올라가 있는 솥단지를 가리키며 쓴웃음을 지었다.
장 담그려고 창고에 보관해둔 솥단지는 남의 집 지붕에 걸쳐 있었다.
임씨는 "마을 이장이 막 문을 두드리며 얼른 대피하라고 해서 그야말로 몸만 빠져나왔다"며 "비가 그쳤으니까 이제 복구를 해야 하는데 아직 손도 못 쓰고 있다"고 허탈해했다.
이어 "섬진강 제방이 무너져서 죄다 이렇게 처량한 신세가 됐다"며 "정부에서 피해 보상을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라고 글썽이며 말끝을 흐렸다.
남원시 금지면 7개 마을은 지난 7일부터 연이어 쏟아진 기록적 폭우와 섬진강 제방 붕괴로 침수됐었다.
7개 마을 중 5개 마을은 복구가 시작됐지만, 아직 2개 마을은 물이 빠지지 않은 상황이다.
섬진강 수계가 낮아지지 않아 아직도 붕괴한 제방 사이로 물이 조금씩 새고 있다고 남원시 관계자는 전했다.
시 관계자는 "현재는 개인이 집이나 논, 하우스 등을 정비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은 자원봉사자가 일손을 돕고 있지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아직 전기도 복구되지 않아 애를 먹는 주민이 많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7개 마을 중 2개 아직 물바다…탈출한 소들도 떠돌아 "다리가 아파서 움직이지도 못해요.
복구를 어떻게 해요…."
'섬진강 제방 붕괴'와 연이은 장맛비로 물에 잠겼던 전북 남원시 금지면 귀석리의 9일 모습은 아수라장과 다름없었다.
사방이 물에 잠겨 마을 진입조차 어려웠던 전날과 달리 비구름이 점차 걷히면서 접근이 허락됐다.
마을로 들어서자 비릿한 물 내음과 악취가 동시에 코를 찔렀다.
곳곳이 진흙으로 뒤덮여 있고 마을 골목에는 찌그러지고 깨진 집기 도구와 잡동사니 등이 나뒹굴었다.
논과 하우스는 아직 물로 가득했지만, 마을은 어느 정도 물이 빠진 상황이었다.
전날 아들네 집에서 뜬눈으로 잠을 지새우고 이날 오전 7시부터 나와 집 상태를 살폈다는 박서운(75·여)씨는 진흙을 뒤집어쓴 가재도구를 앞에 두고 망연자실했다.
해가 드는 곳에는 물에 젖은 박씨의 만원권 7∼8장이 고이 놓여 있었다.
물이 빠지자마자 박씨는 알뜰히 모은 돈부터 건져 널었다.
박씨는 "나는 다리가 아파서 무거운 것도 못 들고 이렇게 앉아만 있다"며 "어제 물이 집 옥상까지 차올랐었다.
죄다 물에 잠기고 깨지고 떠내려갔는데 이제 어떻게 사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아들딸들이 오늘 와서 집을 닦으며 청소하고 있는데 언제나 복구될지는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옆 주택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조정순(79·여)씨는 가족들과 함께 집 안을 정리할 겨를도 없이 바닥에 깔린 진흙부터 서둘러 밖으로 퍼내고 있었다.
타지에서 거주하는 자녀들부터 사돈의 팔촌까지 불러 복구를 시작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다.
조씨는 "가족끼리 바닥을 먼저 청소하고 있는데 방안은 아직 손도 못 댔다"며 "집안이 온통 누렇게 변해서 '이제 어떻게 사나'하는 생각부터 든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는 아직 이 마을에 오지도 않은 것 같다"며 "이렇게 처참한 상황인데 도움을 좀 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시골집 침수 소식을 TV로 접하고 한달음에 달려왔다는 박수기(42)씨는 "자연재해가 있으면 경찰이며 소방이 도와줬으면 하는데 아직 지자체도 손을 쓰지 않는 것 같다"며 "별다른 복구 장비가 없어서 직접 집을 치우다가 다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나마 귀성리 등 다수의 마을은 물이 빠졌지만 일부 마을에는 여전히 물이 들어차 있다.
하도리 마을회관으로 향하는 길이 여전히 물에 잠겨 차량이 우회하고 있었다.
도로 양옆에 자리한 비닐하우스는 누런 물속에서 폭격을 맞은 듯 주저앉았다.
축사에 물이 차오르자 '소생크 탈출'을 한 송아지들은 거리를 활보했다.
하도마을 진입로에서 만난 주민들은 물이 가득한 골목을 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일부 주민은 집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물에 떠다니는 농약 봉지를 줍고 있었다.
지난 7일 오전 대피해 피난시설인 문화누리센터에서 잠을 청했다는 임옥순(72·여)씨는 지붕 위에 떡하니 올라가 있는 솥단지를 가리키며 쓴웃음을 지었다.
장 담그려고 창고에 보관해둔 솥단지는 남의 집 지붕에 걸쳐 있었다.
임씨는 "마을 이장이 막 문을 두드리며 얼른 대피하라고 해서 그야말로 몸만 빠져나왔다"며 "비가 그쳤으니까 이제 복구를 해야 하는데 아직 손도 못 쓰고 있다"고 허탈해했다.
이어 "섬진강 제방이 무너져서 죄다 이렇게 처량한 신세가 됐다"며 "정부에서 피해 보상을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라고 글썽이며 말끝을 흐렸다.
남원시 금지면 7개 마을은 지난 7일부터 연이어 쏟아진 기록적 폭우와 섬진강 제방 붕괴로 침수됐었다.
7개 마을 중 5개 마을은 복구가 시작됐지만, 아직 2개 마을은 물이 빠지지 않은 상황이다.
섬진강 수계가 낮아지지 않아 아직도 붕괴한 제방 사이로 물이 조금씩 새고 있다고 남원시 관계자는 전했다.
시 관계자는 "현재는 개인이 집이나 논, 하우스 등을 정비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은 자원봉사자가 일손을 돕고 있지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아직 전기도 복구되지 않아 애를 먹는 주민이 많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