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건물·주택이 비어간다…확산되는 '시카고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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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전세계 '거래 절벽'
백신 개발돼도 원상회복 힘들어
부동산 침체 땐 경기둔화 우려
해외부동산 투자 손실도 커져
선진국 중앙銀 '연착륙'에 주력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백신 개발돼도 원상회복 힘들어
부동산 침체 땐 경기둔화 우려
해외부동산 투자 손실도 커져
선진국 중앙銀 '연착륙'에 주력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건물·주택이 비어간다…확산되는 '시카고 공포'](https://img.hankyung.com/photo/202008/07.19263091.1.jpg)
거래 단위가 큰 부동산시장에서 거래 절벽이 무서운 것은 앞으로 가격이 본격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을 예고하는 선행지표이기 때문이다. 교차상관계수, 마코프-스위치 모델 등으로 거래량의 가격에 대한 선행 기간을 추정해보면 6∼9개월로 나온다. 한국 부동산시장은 6개월 안팎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른 편이다.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건물·주택이 비어간다…확산되는 '시카고 공포'](https://img.hankyung.com/photo/202008/AA.23442547.1.jpg)
궁금한 것은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돼 경제활동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면 대형 상업용 건물과 고급 주택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낙관론이 있긴 하지만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디지털 콘택트 시대가 앞당겨지고 있는 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부동산 가격 변화에 따른 민간소비지출 탄력성은 0.1∼0.15다. 한국 아파트 가격변화에 따른 민간소비지출 탄력성은 0.23으로, 미국보다 두 배 가까이 높게 나온다. 한국 국민의 재테크에서 70% 내외를 차지하고 있는 아파트가 환금성이 높다는 의미다.
특히 대형 상업용 건물 가격이 떨어져 국내 금융회사가 운용하는 해외 부동산 관련 펀드 등 금융상품에 증거금 부족 현상(마진 콜)이 발생하면 더 큰 문제다. 마진 콜에 응하기 위한 디레버리지 과정에서 기존에 투자한 부동산까지 처분해야 하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 병리적인 측면에서는 ‘시카고 공포’도 우려된다. 시카고 공포란 도시 발전의 원동력이자 상징이었던 제조업이 쇠락하면서 빈집이 늘어나고 각종 범죄가 급증하며 시카고가 ‘유령도시’로 변한 현상을 의미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23번의 부동산 대책이 숨가쁘게 나오는 과정에서 빈집이 200만 가구를 넘은 만큼 시카고 공포가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다.
시카고 공포는 ‘외부불경제’에 해당한다. 외부불경제란 ‘사적 비용’보다 ‘사회적 비용’이 커 시장에 맡겨두면 효율적인 자원 배분에 실패하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 부동산 대책처럼 강남 집값을 급하게 잡으려다 보면 그 후유증 처리에도 정부가 개입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추가 부동산 대책이 잇따르고 세금이 더 들어가는 악순환 국면에 빠진다.
Fed를 비롯한 선진국 중앙은행은 대형 상업용 건물과 고급 주택 가격 하락이 가져올 부작용을 감안해 ‘연착륙’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는 “부동산 대책은 경기와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선제성’이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강남 집값 잡기에만 몰두하는 우리 정부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