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건물·주택이 비어간다…확산되는 '시카고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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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전세계 '거래 절벽'
백신 개발돼도 원상회복 힘들어
부동산 침체 땐 경기둔화 우려
해외부동산 투자 손실도 커져
선진국 중앙銀 '연착륙'에 주력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백신 개발돼도 원상회복 힘들어
부동산 침체 땐 경기둔화 우려
해외부동산 투자 손실도 커져
선진국 중앙銀 '연착륙'에 주력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제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났다.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조금씩 개선되는 가운데 가장 안 좋은 시장지표가 눈에 띈다. 미국 뉴욕의 대형 상업용 빌딩과 고급 주택 거래량이 급감하는 ‘거래 절벽’이 나타나고 있다는 통계다.
거래 단위가 큰 부동산시장에서 거래 절벽이 무서운 것은 앞으로 가격이 본격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을 예고하는 선행지표이기 때문이다. 교차상관계수, 마코프-스위치 모델 등으로 거래량의 가격에 대한 선행 기간을 추정해보면 6∼9개월로 나온다. 한국 부동산시장은 6개월 안팎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른 편이다.
대형 상업용 건물과 고급 주택의 거래 절벽이 나타나는 곳은 뉴욕만이 아니다. 런던, 도쿄 등 세계 주요 도시도 마찬가지다. 작년 이후 시위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홍콩 비즈니스 지역의 공실률(지난 6월 말 기준)은 25%에 이른다. ‘홍콩 보안법’ 시행 이후 상황을 감안하면 30%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주요 도시 부동산시장에서 거래 절벽이 나타나는 것은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의 유일한 대처가 ‘대봉쇄’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이동이 제한되면 상품과 자본 이동이 자유롭지 못해 상업 중심지일수록 피해가 집중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화 퇴조로 기업과 함께 자금이 본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 현상도 부동산 거래 절벽 요인 중 하나다.
궁금한 것은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돼 경제활동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면 대형 상업용 건물과 고급 주택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낙관론이 있긴 하지만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디지털 콘택트 시대가 앞당겨지고 있는 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형 상업용 건물과 고급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 세계 경기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그 속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져 자산 소득이 줄어들면 경기를 둔화시키는 ‘역(逆)자산 효과’ 탓이다. 같은 가격 변화 폭이라도 상승할 때 자산 효과보다 하락할 때 역자산 효과가 더 큰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부동산 가격 변화에 따른 민간소비지출 탄력성은 0.1∼0.15다. 한국 아파트 가격변화에 따른 민간소비지출 탄력성은 0.23으로, 미국보다 두 배 가까이 높게 나온다. 한국 국민의 재테크에서 70% 내외를 차지하고 있는 아파트가 환금성이 높다는 의미다.
특히 대형 상업용 건물 가격이 떨어져 국내 금융회사가 운용하는 해외 부동산 관련 펀드 등 금융상품에 증거금 부족 현상(마진 콜)이 발생하면 더 큰 문제다. 마진 콜에 응하기 위한 디레버리지 과정에서 기존에 투자한 부동산까지 처분해야 하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에게도 대형 상업용 건물을 대상으로 한 각종 부동산 펀드의 환매 중단이나 연기, 금융사고가 잇달아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라임, 옵티머스, 젠투파트너스 등 각종 펀드의 금융사고가 터지는 과정에서 글로벌 부동산 금융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를 중심으로 ‘내 돈을 못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이 확산되는 추세다.
사회 병리적인 측면에서는 ‘시카고 공포’도 우려된다. 시카고 공포란 도시 발전의 원동력이자 상징이었던 제조업이 쇠락하면서 빈집이 늘어나고 각종 범죄가 급증하며 시카고가 ‘유령도시’로 변한 현상을 의미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23번의 부동산 대책이 숨가쁘게 나오는 과정에서 빈집이 200만 가구를 넘은 만큼 시카고 공포가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다.
시카고 공포는 ‘외부불경제’에 해당한다. 외부불경제란 ‘사적 비용’보다 ‘사회적 비용’이 커 시장에 맡겨두면 효율적인 자원 배분에 실패하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 부동산 대책처럼 강남 집값을 급하게 잡으려다 보면 그 후유증 처리에도 정부가 개입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추가 부동산 대책이 잇따르고 세금이 더 들어가는 악순환 국면에 빠진다.
Fed를 비롯한 선진국 중앙은행은 대형 상업용 건물과 고급 주택 가격 하락이 가져올 부작용을 감안해 ‘연착륙’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는 “부동산 대책은 경기와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선제성’이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강남 집값 잡기에만 몰두하는 우리 정부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거래 단위가 큰 부동산시장에서 거래 절벽이 무서운 것은 앞으로 가격이 본격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을 예고하는 선행지표이기 때문이다. 교차상관계수, 마코프-스위치 모델 등으로 거래량의 가격에 대한 선행 기간을 추정해보면 6∼9개월로 나온다. 한국 부동산시장은 6개월 안팎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른 편이다.
대형 상업용 건물과 고급 주택의 거래 절벽이 나타나는 곳은 뉴욕만이 아니다. 런던, 도쿄 등 세계 주요 도시도 마찬가지다. 작년 이후 시위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홍콩 비즈니스 지역의 공실률(지난 6월 말 기준)은 25%에 이른다. ‘홍콩 보안법’ 시행 이후 상황을 감안하면 30%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주요 도시 부동산시장에서 거래 절벽이 나타나는 것은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의 유일한 대처가 ‘대봉쇄’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이동이 제한되면 상품과 자본 이동이 자유롭지 못해 상업 중심지일수록 피해가 집중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화 퇴조로 기업과 함께 자금이 본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 현상도 부동산 거래 절벽 요인 중 하나다.
궁금한 것은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돼 경제활동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면 대형 상업용 건물과 고급 주택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낙관론이 있긴 하지만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디지털 콘택트 시대가 앞당겨지고 있는 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형 상업용 건물과 고급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 세계 경기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그 속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져 자산 소득이 줄어들면 경기를 둔화시키는 ‘역(逆)자산 효과’ 탓이다. 같은 가격 변화 폭이라도 상승할 때 자산 효과보다 하락할 때 역자산 효과가 더 큰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부동산 가격 변화에 따른 민간소비지출 탄력성은 0.1∼0.15다. 한국 아파트 가격변화에 따른 민간소비지출 탄력성은 0.23으로, 미국보다 두 배 가까이 높게 나온다. 한국 국민의 재테크에서 70% 내외를 차지하고 있는 아파트가 환금성이 높다는 의미다.
특히 대형 상업용 건물 가격이 떨어져 국내 금융회사가 운용하는 해외 부동산 관련 펀드 등 금융상품에 증거금 부족 현상(마진 콜)이 발생하면 더 큰 문제다. 마진 콜에 응하기 위한 디레버리지 과정에서 기존에 투자한 부동산까지 처분해야 하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에게도 대형 상업용 건물을 대상으로 한 각종 부동산 펀드의 환매 중단이나 연기, 금융사고가 잇달아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라임, 옵티머스, 젠투파트너스 등 각종 펀드의 금융사고가 터지는 과정에서 글로벌 부동산 금융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를 중심으로 ‘내 돈을 못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이 확산되는 추세다.
사회 병리적인 측면에서는 ‘시카고 공포’도 우려된다. 시카고 공포란 도시 발전의 원동력이자 상징이었던 제조업이 쇠락하면서 빈집이 늘어나고 각종 범죄가 급증하며 시카고가 ‘유령도시’로 변한 현상을 의미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23번의 부동산 대책이 숨가쁘게 나오는 과정에서 빈집이 200만 가구를 넘은 만큼 시카고 공포가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다.
시카고 공포는 ‘외부불경제’에 해당한다. 외부불경제란 ‘사적 비용’보다 ‘사회적 비용’이 커 시장에 맡겨두면 효율적인 자원 배분에 실패하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 부동산 대책처럼 강남 집값을 급하게 잡으려다 보면 그 후유증 처리에도 정부가 개입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추가 부동산 대책이 잇따르고 세금이 더 들어가는 악순환 국면에 빠진다.
Fed를 비롯한 선진국 중앙은행은 대형 상업용 건물과 고급 주택 가격 하락이 가져올 부작용을 감안해 ‘연착륙’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는 “부동산 대책은 경기와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선제성’이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강남 집값 잡기에만 몰두하는 우리 정부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