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엔지니어링 주가가 급등했다. 사양산업으로 접어든 액정표시장치(LCD)용 장비 업체에서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배터리 장비 업체로 변신할 것이란 전망이 호재였다.

탑엔지니어링 '턴어라운드' 시동
탑엔지니어링은 지난 7일 16.01% 오른 1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키움증권은 ‘변화의 원년. 2차전지 장비 업체로의 탈바꿈’이라는 제목으로 보고서를 냈다. 이 회사에 대한 보고서가 나온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이다. 기관투자가들이 가격을 올리며 사들이자 주가는 급등했다. 거래량도 700만 주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LG반도체 출신 김원남 대표가 1993년 설립한 탑엔지니어링은 ‘장비 국산화’ 하면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회사다. 2001년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는 5세대 LCD에 대대적인 투자를 했다. 이때 탑엔지니어링은 유리기판에 액정을 분사하는 LCD 디스펜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2008년 이 시장 점유율 1위가 됐다. 이후 LCD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다이아몬드 휠로 정밀하게 자르는 장비 등을 개발했다.

하지만 최근 디스플레이산업이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발(發) 공급과잉으로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LCD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다. 탑엔지니어링은 배터리에서 살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지난해 배터리 장비 시장에 진출했다. 성과도 나왔다. 지난해 하반기 LG화학에 전극 공급기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신제품인 폴딩 장비를 본격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LG화학과 공동 개발한 장비다. 키움증권은 탑엔지니어링의 배터리 장비 관련 매출이 지난해 350억원에서 올해 600억원, 2025년에는 4000억~5000억원 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탑엔지니어링은 지난 1분기 별도 기준으로 매출 357억원, 영업적자 41억원을 기록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추정 매출은 1301억원으로 상반기 대비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