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만 지원하면서 월세 살라니"…시름 깊어지는 세입자들
정부가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신고제) 시행에 나서면서 전세가 자취를 감추고 월세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세는 내 돈, 월세는 사라지는 돈”이어서 주거취약층이 내 집을 마련하는 주거사다리가 끊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대출지원제도가 월세보다 전세에 집중돼 있는 것도 세입자들이 월세 확산을 우려하는 이유다.

10일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에 따르면 정부가 운영하는 주택도시기금의 주택전세자금대출 제도로 △청년 전용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신혼부부 전세자금대출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세자금대출 등이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버팀목전세자금은 무주택 세대주가 신청할 수 있다. 소득 기준은 연 5000만원 이하로 신혼부부 등은 6000만원까지 가능하다. 보증금은 수도권 3억원, 수도권 외 2억원까지다. 2자녀 이상 가구는 수도권 4억원, 수도권 이외 지역은 3억원까지 허용된다. 대출비율은 70~80%, 대출금리는 연 2.1~2.7%다.

신혼부부 전용 전세자금은 연 1.2~2.1%로 내려간다. 6000만원을 마련한다면 적은 이자 부담으로 3억원짜리 전세를 구할 수 있다.

2억4000만원에 대해 연 2.7%의 이자율을 적용할 경우 연 이자가 648만원이다. 월 54만원이다. 이를 월세로 전환한다면 법정전환율이 4%이므로 연 960만원이다. 월세로 80만원을 내야 한다. 실제 집주인들이 요구하는 월세는 이보다 훨씬 높다.

월세 지원은 많지 않다. 주택도시기금이 지원하는 청년 전용 보증부월세대출과 주거안정월세대출 등이 있다. 대상은 만 19세 이상~만 34세 이하 청년층으로 국한돼 있다.

청년 전용 보증부월세대출은 부부 합산 연소득 2000만원 이하라는 조건이 달려 있다. 주거안정월세대출은 부부 합산 연소득 5000만원 이하일 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임차보증금이 1억원 이하이고 월세는 60만원 이하여야 한다. 대출 한도도 매월 최대 40만원 이내로 정해져 있다.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은 6월보다 774만원 오른 4억9922만원이었다.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경우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가 없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월세지원제도를 전세처럼 활성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전세는 거치형으로 추후 돌려받을 수 있지만 월세는 집주인에게 내는 소멸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임대차보호법의 문제점을 보완할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