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가총액 ‘부동의 1위’였던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최근 시총이 미국 애플에 밀려 2위로 내려앉은 데 이어 2분기 실적도 애플에 크게 밀렸다.

아람코는 9일(현지시간) 2분기 순이익이 65억6500만달러(약 7조783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73.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아람코 실적은 올 들어 줄곧 내림세다.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5% 줄어든 166억6100만달러(약 19조7500억원)에 그쳤다. 2분기 순이익은 1분기 대비 60% 더 줄었다.

이는 2분기에 국제 원유 가격이 폭락한 영향이다. 국제 유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 원유 수요가 크게 줄어든 와중에 사우디가 러시아 등과 증산 경쟁을 벌이면서 전례없는 하락세를 겪었다. 지난 3월 중순부터 두 달간 국제 유가는 배럴당 20달러대를 밑돌았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가 배럴당 -37달러까지 내렸던 4월 말 ‘마이너스 유가’ 기간이 2분기 실적에 반영됐다.

아람코의 2분기 실적은 애플에도 밀렸다. 같은 기간 애플의 순이익은 112억5300만달러(약 13조3420억원)로 아람코 순이익의 1.7배에 달했다. 작년 2분기엔 애플의 순이익이 100억달러(약 11조8730억원)로 아람코의 40% 수준에 그쳤지만 코로나19 이후 모바일·온라인 수요가 급증하고 원유 수요는 꺾이면서 두 기업의 실적이 역전됐다.

아람코는 지난달 31일엔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애플에 내줬다. 애플 시가총액은 지난 7일 종가 기준 약 1조9000억달러(약 2255조8700억원), 아람코는 9일 기준 약 1조8000억달러(약 2137조1400억원)다.

아람코는 이날 “최악의 상황은 이미 지났다”며 기존 계획대로 주식 배당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2분기 배당금은 187억달러(약 22조원)다. 배당을 보류하거나 대폭 축소한 다른 석유 대기업과 비교되는 행보다. 배당금 대부분은 지분의 98%가량을 소유한 사우디 정부에 들어간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