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 칼럼] 지주회사 전환 권장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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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새로운 규제 쏟아내
도입 기업들, 역차별 우려에 당혹
M&A제약 등 투자 걸림돌 없애야
이건호 편집국 부국장
도입 기업들, 역차별 우려에 당혹
M&A제약 등 투자 걸림돌 없애야
이건호 편집국 부국장
![[이건호 칼럼] 지주회사 전환 권장하더니](https://img.hankyung.com/photo/202008/07.26110264.1.jpg)
지주회사는 대기업의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등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한 최선의 방편으로 여겨졌다. 지금도 일부 기업이 지주회사로 변신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 규제 대상을 획일적으로 확대하면 지주회사 소속 기업들도 규제를 못 피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은 평균 72.7%에 달한다. 지주회사 소속 계열사 간 거래는 예외로 인정해야 지주회사 체제의 취지를 살리고 정책의 일관성도 유지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각종 규제로 지주회사로 가는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유인책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은 2017년 4월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당시 삼성은 “사업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고, 경영 역량 분산 등의 우려가 있다”고 했다. 지주회사 전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건의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과 보험업법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면 금융 계열사(삼성생명)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막대한 돈을 들여 지분을 받아줄 곳도 마땅치 않고 주가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
지주회사 규제는 기업들의 투자도 가로막고 있다.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 100%를 확보하도록 한 규정 탓이다.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여유 자금이 있어도 사실상 인수합병(M&A)에 나서는 게 불가능하다.
기업 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다. 오너 체제냐, 전문경영인 체제냐를 놓고 갑론을박할 이유도 찾기 힘들다.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들이 돈을 많이 벌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잘할 수 있게 해주면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팜 셀트리온 등이 포진한 바이오·제약 분야에서도 성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구조조정 한파 속에서도 2분기 영업흑자를 냈다. 마음 놓고 뛸 수 있는 여건만 갖춰주면 두려울 게 없는 한국 기업들이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지주회사 규제는 강화할 게 아니라 모두 풀어주는 게 맞다.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