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에 다니는 김모씨(29)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차를 살 생각이 없었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했고, 공유차량을 이용해 주말 나들이를 다녔다. 여름 휴가 기간엔 주로 해외로 갔던 터라 자가용 차량을 구입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올해는 달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버스나 지하철을 타기 껄끄러워졌다. 해외여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차가 있으면 출퇴근하거나 국내 여행할 때 편하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김씨는 개별소비세 70% 인하 혜택이 끝나기 전인 지난 5월 현대차 ‘올 뉴 아반떼’를 샀다.

2030세대의 신차 구매 열기가 뜨겁다. 올 상반기 이들의 신차 구매 대수는 4년 만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자가용을 보유하려는 심리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자동차 시장에서 밀레니얼 세대는(1980~2000년대생) 차를 잘 사지 않는다는 통념이 깨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유’로 돌아선 2030

1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20~30대 소비자가 구매한 차량은 18만6431대다. 2030세대의 차 구매량은 2015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다가 4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10년 이상 줄어든 30대의 차 구매가 지난해 최저점을 찍고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소세’ 인하 효과로 전체 판매량이 증가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20~30대 증가폭이 컸다. 20대(18.3%)와 30대(15.5%)의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 증가율은 40대(12%), 50대(11.3%)를 웃돌았다. 2030세대가 구입한 수입차도 지난해보다 약 3600대 증가한 2만9687대를 기록했다.

자동차업계에선 2030세대의 차량 구매 증가를 이례적으로 받아들인다. 수년간 자동차업계에선 밀레니얼 세대는 자동차를 ‘공유’하는 고객층으로 분류했다. 공유경제 확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젊은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꿔 놓았다.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승객이 많이 몰리는 대중교통이나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유차량보다 자차 이용을 선호하게 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캡제미니가 지난 4월 전 세계 35세 미만 청년 1만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75%는 ‘위생 관리 차원에서 자가용을 구매할 것’이라고 답했다.

내 집 대신 내 차 마련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국내 여행을 위해 자가용을 구입하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특히 2030세대 사이에서 불고 있는 ‘차박(차 안에서 숙박하며 즐기는 캠핑)’ 열풍은 쏘렌토, 팰리세이드, 셀토스, XM3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젊은이들의 신차 구매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심재운 부산상공회의소 조사연구본부장은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주택 구매를 포기한 대신 자동차라도 새것으로 구입하려는 젊은 층이 늘어났다”며 “20~30대 투자자들이 최근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상당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도 상대적으로 고가인 중형 세단과 SUV 판매가 증가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신차·마케팅 잇따라

젊은 층이 신차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자 완성차 업체들은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너럴모터스의 고급차 브랜드 캐딜락은 다음달 출시할 예정인 세단 모델의 주 타깃을 25~35세로 설정하고,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정보·오락을 제공하는 장비)을 적용했다. 50대 이상이 주력 소비층인 캐딜락이 20대를 겨냥한 신차를 내놓는 건 이례적이다.

기아차는 지난달 1980~2000년생 고객에게 처음엔 할부금만 내고 나머지는 마지막에 내도록 하는 혜택을 제공했다. 르노삼성은 네이버페이와 연계해 XM3의 온라인 판매에 나섰고, 쌍용차·포드·벤츠도 SNS를 통해 무료 시승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2030세대의 차량 구매 열기가 개소세 인하폭이 축소(70%→30%)된 하반기에도 이어질지 관심을 끈다. 업계 관계자는 “개소세 인하폭 축소가 일부 영향을 미치겠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될 경우 2030세대의 차량 구매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