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법원종합청사 (사진=연합뉴스)
수원법원종합청사 (사진=연합뉴스)
몸속의 악령을 내쫓겠다며 안수기도를 하던 중 20대 신도(현역군인)의 목을 조르고 십자가로 폭행해 숨지게 한 목사가 검찰로부터 징역 12년 형을 구형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1부(김미경 부장판사) 심리로 12일 열린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목사 A씨에게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또 A씨를 도와 피해자의 팔다리를 붙잡는 등 범행을 함께 한 A씨의 아내 B씨, 또 다른 목사 C씨와 그의 아내 D씨 등 3명을 각 징역 5년에 처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A씨는 지난 2월 7일 오전 1시께 자신이 운영하는 경기지역 모 교회에서 당시 군대에서 휴가를 나온 신도 E(24)씨에게 안수기도하던 중 십자가로 온몸을 때리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 등은 A씨를 도와 피해자인 E씨의 양팔과 다리를 붙잡는 등 일어나지 못하게 제압한 혐의를 받는다.

이번 사건 범행에는 또 다른 목사 C씨 부부의 16세 딸과 9세 딸 등 2명도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큰 딸은 만 18세 미만이어서 소년보호사건으로 가정법원에 송치됐고, 작은딸은 형사미성년자여서 입건되지 않았다.

군인 신분의 건강한 20대 청년이 안수기도 과정에서 당한 무자비한 폭행으로 목숨을 잃은 이 사건은 목사 A씨가 군에서의 스트레스를 호소하던 피해자 E씨를 치유해주겠다는 목적으로 축귀(逐鬼) 행위를 하면서 일어났다.

A씨와 B씨는 사건 발생 닷새 전인 지난 2월 2일부터 교회에서 합숙을 시작한 E씨에게 "군생활 스트레스 등 정신적 고통의 원인은 몸 속에 있는 악령 때문"이라며 "몸을 두드리거나 때려 악령을 쫓아내는 것이 정신질환을 치유하는 방법"이라면서 스스로 몸을 때리고, 구역질하도록 지시했다.

이들은 그렇게 나흘이 지난 뒤인 같은 달 6일 오후 11시께 당시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으로 교회에 합숙 중이던 C씨 가족들을 한자리에 불러 기도시키다가 축귀 행위를 진행했다.

A씨와 B씨는 5일간 금식으로 인해 탈수 증세를 보인 E씨를 상대로 "내일이 휴가 복귀이니 오늘 반드시 귀신을 빼내야 한다"고 말하며 마구 폭행했고, C씨 가족들은 몸부림치는 E씨의 팔다리를 붙잡았다.

10분간 계속된 폭행과 목조름 등의 행위로 인해 결국 E씨는 숨을 거뒀다.

검찰은 "A 피고인은 치유 목적이었다고 주장하나, 범행 수법을 보면 본래의 기도 목적을 벗어나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했다고 판단된다"며 "C 피고인의 경우 A 피고인에게 세뇌를 당한데다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범행했다고 변론하고 있지만, 단지 그릇된 종교 관념으로 인해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피고인들은 "피해자 가족에게 죄송하다"는 취지로 최후 진술을 했다.

법정에 나온 E씨의 아버지는 "아직도 아들의 환상이 보이고 환청이 들린다"며 억울한 사정을 토로했다.

이휘경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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