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로열티 부담 커질 듯
미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제9 순회항소법원은 11일(현지시간) “라이선스 계약을 맺지 않으면 칩을 공급하지 않는 퀄컴의 정책(no license, no chips) 등은 경쟁 위배 행위가 아니라 적법한 비즈니스 관행”이라고 만장일치로 판결했다. 지난해 5월 ‘자사 칩 구매 기업은 반드시 특허권 이용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요구한 퀄컴의 관행은 반경쟁 행위이자 반독점법 위반’이란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항소법원은 “반경쟁 행위는 반독점법에 따라 불법이지만 극도로 경쟁적인 행위는 불법이 아니다”며 “퀄컴이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추가 요금을 부당하게 징수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또 “급변하는 기술 시장에서 반경쟁의 뚜렷한 증거도 없이 반독점 책임을 지워선 안 된다”며 퀄컴이 휴대폰 업체들과 라이선스 협상을 다시 맺도록 한 1심 명령 역시 무효화했다.
이번 소송은 FTC가 2017년 1월 퀄컴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특허료를 받고 시장 경쟁을 저해했다고 소송하며 시작됐다. 이언 코너 FTC 경쟁국장은 이날 “항소법원 판결이 실망스럽다”며 “다른 선택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상고 등이 가능성 있는 선택지로 거론된다.
삼성전자 애플 등 퀄컴 기술을 쓰고 있는 휴대폰 제조사들의 비용 부담은 불가피하게 됐다. 퀄컴의 우월적 지위가 워낙 막강해 휴대폰 업체들은 특허료 협상 과정에서도 열세일 수밖에 없다는 게 그동안 FTC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심지어 퀄컴의 경쟁사 칩을 쓰더라도 퀄컴에 특허료는 내야 한다는 것이다. 무선통신 관련 다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퀄컴은 세계 스마트폰이 한 대 팔릴 때마다 20달러의 무형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소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손을 들어준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5G(5세대) 통신기술에서 퀄컴이 중국 화웨이에 대항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라며 옹호해 왔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