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원 의사 등이 주축이 된 대한의사협회가 14일 집단휴진을 강행한다. 의대 정원 확대, 한약 건강보험 혜택 확대 등 문재인 정부 보건의료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규모가 큰 동네병원, 대학병원 등은 문을 닫지 않을 예정이기 때문에 이들 의료기관 응급실 등으로 환자가 몰려 불편이 커질 것으로 의료계에서는 내다봤다.

‘14일 집단휴진’ 선언한 의사협회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등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에 14일 예정된 집단휴진을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12일 발표했다. 이달 초 의사협회는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확대 등의 정책을 철회하고 협회와 정부 간 대화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에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는 등 대화를 시도했지만,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 방침은 바뀌지 않았다. 지역 의료기관, 필수 진료과 의사 부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의사 수를 지금보다 늘려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도 지난 7~8일 24시간 휴진에 이어 14일 단체행동에 참여한다. 앞서 이들이 휴진했을 때 진료 공백을 메웠던 임상강사(펠로)들도 진료실 밖으로 나가 집회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의사협회는 주장했다. 전공의 집단 휴진 때보다 환자 불편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원격의료 반대 땐 21% 휴진

전체 동네의원 중 몇 곳이 실제 휴진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의원급 의료기관은 3만2934곳이다. 2014년 3월 10일 의사들이 정부의 원격의료 시행에 반대해 집단휴진했을 때 정부에서 추산한 휴진율은 20.9%였다.

당시 전국 동네의원 2만8660곳 중 5991곳이 문을 닫았다. 하지만 의사협회는 전국 2만8428개 동네의원 중 1만3951곳이 문을 닫아 휴진율이 49.1%라고 발표하는 등 휴진율을 둘러싸고 정부와 의료계가 신경전을 벌였다.

정부는 문 닫지 않는 동네병원 등에 환자들이 가도록 유도해 진료 공백을 메울 방침이다. 국내 종합병원, 대형 대학병원 등 병원급 의료기관과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은 6900여 곳이다. 복지부는 병원협회와 협의해 이들 의료기관의 진료 시간을 연장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 공공병원 10시까지 연장 진료

지방자치단체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는 14일 하루 동안 서울의료원, 보라매병원, 서북·은평·동북·북부·서남병원 외래진료를 오후 10시까지 연장키로 했다. 시내 병원급 의료기관 284곳에 평일 진료 시간을 연장하는 것은 물론 주말·공휴일에도 진료해 달라고 요청했다. 동네의원이 14일 휴진할 땐 관할 보건소에 사전 신고하도록 했다. 예상 휴진율이 30%를 넘으면 13일 오전 동네의원 문을 열도록 하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경기도도 병원급 의료기관 352곳에 주말 진료를 요청했다. 응급의료기관 91곳은 24시간 응급 환자를 볼 수 있도록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했다. 경기도는 동네의원 휴진율이 30%를 넘으면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복지부 장관, 시·도지사 등이 내린 업무개시명령을 어기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 업무정지 15일 등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13일 오전 11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료계의 집단휴진 예고와 관련한 정부 입장을 담화문 형식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의대 정원 확대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된 지역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응급실과 중환자실 가동에 문제가 없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지현/박종관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