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진의 데스크 칼럼] 내집 마련 사다리 끊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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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진 건설부동산2부장
![[서욱진의 데스크 칼럼] 내집 마련 사다리 끊은 정부](https://img.hankyung.com/photo/202008/07.20436619.1.jpg)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집 마련기다. 정도와 방법의 차이는 있겠지만 부모님 세대도 이랬고, 자식 세대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집을 사는 건 언제나 쉽지 않은 일생일대의 일이다.
전세 낀 집 사면 갭투자라니
그럼 내집 마련을 할 때 전세 안 낀 집을 사라는 이야기인데, 김씨도 왜 그러고 싶지 않았겠나. 이유는 너무 간단하다. 돈이 모자란다. 집은 마트에서 라면이나 생수 사듯이 척척 계산할 수 있는 게 아니다.갭투자자로 몰리지 않기 위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을 해보면 어떨까. 전·월세 사는 사람들이 보유한 가장 큰 자산은 대개 보증금이다. 이 밑천에 저축과 대출을 더해 집을 산다. 그러나 ‘6·17 대책’은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이상 아파트를 구입할 때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게 막았다.
무주택자들은 이번 정부의 20번 넘는 부동산 대책을 내심 지지해왔을 것이다. 이들이 집값 급등에 절망한 것은 계속 전·월세를 살거나 임대주택으로 밀려나고 싶어서가 아니다. ‘집값이 더는 안 올라야 언젠가 나도 집을 살 수 있을 텐데’라는 조바심과 불안이 컸다. 정부는 세입자들도 내집을 갖고 싶어하는 ‘대기 매수자’라는 사실을 정말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외면한 것일까. 너무도 쉽게 내집 마련 사다리를 끊어버렸다. 그러고는 집값이 오르면 정부가 다 가져가는 임대 많이 지을 테니 안심하라고 한다.
전세자금 규제는 권력 횡포
전세자금대출은 전세보증금, 즉 현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이다. 그 보증금은 아마 허리띠를 졸라매고, 내야 할 세금 다 내면서 모은 돈일 것이다.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끝에는 반지하에 사는 장남 기우가 돈을 벌어 호화 저택을 구매하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상상이다. 기우의 현실은 눈발 날리는 차가운 반지하 창문이다. 봉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기우가 임금을 꼬박 모아 그 집을 사려면 547년이 걸린다”고 했다. 지금 이 장면을 보면 남 얘기가 아니라고 생각할 무주택자가 적지 않을 것 같다.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