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미영의 데이터로 본 세상] 언택트 시대, 더 넓어진 소통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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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고 대학들이 원격 수업에 들어가면서, 크고 작은 연구실 회의는 물론 세미나까지 모두 온라인으로 전환됐다. 필자 역시 다양한 온라인 회의를 마주했다. 회의 중 강아지가 찾아와 안기는가 하면, 집 떠난 대학생 자녀가 돌아와 좋기도 또 싫기도 하다는 고백으로 시작하는 회의도 있었다. 집 크기가 작은 유럽의 경우에는 회의에 참여하는 연구자의 뒤편에서 요가 수련 삼매경에 빠진 배우자의 모습이 비치기도 했다. 집에서는 집중할 수 없다며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사무실에 혼자 출근했다는 미국의 연구자도 있었다. 침실에서, 주방에서, 멋진 벽난로를 뒤로하고 혹은 서 있거나 걸어 다니며 회의에 참여하는 사람까지…. 언택트(untact·비대면) 시대의 회의는 이처럼 다양한 삶의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온라인 회의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집중이다. 만나서 대화할 때처럼 손짓과 표정을 파악하기가 어려울뿐더러 화면에 함께 열려 있는 이메일, 휴대폰, 전화 등에 순식간에 주의를 빼앗겨버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회의 전 주위를 빼앗길 모든 것을 종료한 뒤에야 언어영역 듣기 시험을 치르듯 정신을 집중한다. 하지만 여전히 화면 속의 목소리에 하루 몇 시간씩 집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그간 몇 차례의 온라인 국제학회에 참가했다. 온라인 회의보다 더 오랜 시간 집중해야 하는 경험이었다. 한 학회에서는 직접 사회를 보며 주최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또 출장과 시차 적응의 번거로움 없이 1년에 여러 차례 학회에 편히 참가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인기 있는 학회의 경우 선착순으로 참가자 등록을 받거나, 추첨제 등록을 했는데 온라인 학회는 인원수 제한도 없다. 연구비가 적은 개발도상국의 열의 있는 연구자와 학생들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혁신적이다. 이런 장점을 고려한다면, 온라인을 경험해본 학회들이 앞으로 예전과 같이 완전한 오프라인 체제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된다.
언택트 학회의 아쉬움도 분명 있다. 같은 시간과 장소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뜻밖의 기회를 놓치기 때문이다. 대학원 초년 시절 필자는 홍콩에서 열린 학회를 봉사자로 무료 참관한 적이 있다. 당시 커피 휴식시간에 우연히 어떤 연구자와 하고 싶은 연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대화가 끝날 무렵 다음 방학 때 인턴으로 오라고 명함을 받았다. 그렇게 첫 인턴십 기회를 얻었고, 매번 참석하는 학회마다 다음 인턴십 기회를 찾을 수 있었다. 그때 만난 분들은 필자의 삶에 멘토가 돼 어려운 결정이 필요한 순간 조언을 얻는 소중한 인연이 됐다.
많은 이들은 인생의 배필을 뜻밖의 기회를 통해 만난다. 필자 주변에도 기차역 플랫폼 혹은 카페에서 배우자를 만나 우연을 필연으로 만든 분들이 있다. 그래서인지 같은 시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화상 회의나 온라인 학회에서는 커피 휴식시간도 함께할 수 없기에 이런 우연이 생기기 어렵다. 시공간을 공유하는 특별함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학회뿐만 아니라 세상 곳곳에서 당분간 온라인 기반 소통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시 오프라인으로 돌아가기를 기다리기보다 온라인이 주는 장점을 활용하는 현명함을 발휘할 때다. 필자는 평소 궁금했던 경제학·인문지리학 등 다른 분야 온라인 행사에 참석할 계획이다. 대학원이 궁금한 직장인과 대학생들에게는 다양한 무료 국제행사를 맛보기 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뜻하지 않게 찾아온 언택트 시대를 현명하게 활용한다면, 어쩌면 그간 해보지 못한 특별한 경험을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차미영 < 기초과학연구원 수리 및 계산과학 연구단 CI·KAIST 전산학부 부교수 >
온라인 회의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집중이다. 만나서 대화할 때처럼 손짓과 표정을 파악하기가 어려울뿐더러 화면에 함께 열려 있는 이메일, 휴대폰, 전화 등에 순식간에 주의를 빼앗겨버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회의 전 주위를 빼앗길 모든 것을 종료한 뒤에야 언어영역 듣기 시험을 치르듯 정신을 집중한다. 하지만 여전히 화면 속의 목소리에 하루 몇 시간씩 집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그간 몇 차례의 온라인 국제학회에 참가했다. 온라인 회의보다 더 오랜 시간 집중해야 하는 경험이었다. 한 학회에서는 직접 사회를 보며 주최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참여 폭넓은 온라인 학회
코로나19 이전 국제학회에는 논문을 발표하는 소수 연구자만 참가할 수 있었고, 그마저도 참가를 위해서는 학회 등록비, 항공, 숙박 등의 비용이 필요했다. 반면, 온라인 학회는 무료이거나 소정의 등록비만 받기 때문에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 정교민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기존 국제학회와 달리 학부생 인턴에게도 참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온라인 학회의 매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또 출장과 시차 적응의 번거로움 없이 1년에 여러 차례 학회에 편히 참가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인기 있는 학회의 경우 선착순으로 참가자 등록을 받거나, 추첨제 등록을 했는데 온라인 학회는 인원수 제한도 없다. 연구비가 적은 개발도상국의 열의 있는 연구자와 학생들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혁신적이다. 이런 장점을 고려한다면, 온라인을 경험해본 학회들이 앞으로 예전과 같이 완전한 오프라인 체제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된다.
언택트 학회의 아쉬움도 분명 있다. 같은 시간과 장소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뜻밖의 기회를 놓치기 때문이다. 대학원 초년 시절 필자는 홍콩에서 열린 학회를 봉사자로 무료 참관한 적이 있다. 당시 커피 휴식시간에 우연히 어떤 연구자와 하고 싶은 연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대화가 끝날 무렵 다음 방학 때 인턴으로 오라고 명함을 받았다. 그렇게 첫 인턴십 기회를 얻었고, 매번 참석하는 학회마다 다음 인턴십 기회를 찾을 수 있었다. 그때 만난 분들은 필자의 삶에 멘토가 돼 어려운 결정이 필요한 순간 조언을 얻는 소중한 인연이 됐다.
'시공간 공유' 경험은 사라져
뜻밖의 기회는 교수가 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몇 해 전에는 국제학회의 포스터 세션에서 만난 분과 공동연구를 시작해 벌써 세 편의 논문을 함께 썼다. 그래서 국제학회와 회의에 참석할 때는 혼자 다니며 가능한 한 다양한 대화에 참여하려고 노력한다. 기회는 언제 어디서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많은 이들은 인생의 배필을 뜻밖의 기회를 통해 만난다. 필자 주변에도 기차역 플랫폼 혹은 카페에서 배우자를 만나 우연을 필연으로 만든 분들이 있다. 그래서인지 같은 시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화상 회의나 온라인 학회에서는 커피 휴식시간도 함께할 수 없기에 이런 우연이 생기기 어렵다. 시공간을 공유하는 특별함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학회뿐만 아니라 세상 곳곳에서 당분간 온라인 기반 소통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시 오프라인으로 돌아가기를 기다리기보다 온라인이 주는 장점을 활용하는 현명함을 발휘할 때다. 필자는 평소 궁금했던 경제학·인문지리학 등 다른 분야 온라인 행사에 참석할 계획이다. 대학원이 궁금한 직장인과 대학생들에게는 다양한 무료 국제행사를 맛보기 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뜻하지 않게 찾아온 언택트 시대를 현명하게 활용한다면, 어쩌면 그간 해보지 못한 특별한 경험을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차미영 < 기초과학연구원 수리 및 계산과학 연구단 CI·KAIST 전산학부 부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