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지방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발생한 '영산강 대홍수'와 관련해 한국농어촌공사의 물관리 능력 부재 논란이 인다.
하지만 만 하루 만에 500mm 안팎의 물 폭탄을 누구도 예상 못 한 만큼 불가항력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12일 한국농어촌공사와 나주시·장성군 등에 따르면 지난 7~8일 광주와 전남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를 전후해 영산강 수계 4대호를 관리하는 농어촌공사의 물관리 대책에 아쉬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폭우로 광주전남에서는 농경지 7천여ha가 물에 잠기고 이재민 3천900여명, 재산피해만 5천억원을 넘어섰다.
논란은 집중호우를 전후로 영산강 수계 4대호의 저수율을 보면 농어촌공사의 홍수 예방을 위한 사전 조치가 적절했느냐 하는 데 있다.
기상청은 6일 광주 전남에 최대 200mm의 집중호우를 예보했다.
장성호 저수율은 1~7일까지 87~83% 수준으로 80%대를 웃돌다가 비가 쏟아진 8일 96.4%까지 올랐다.
이 시점부터는 대량 방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일 83%였던 담양호도 6일 83%, 7일 85%, 8일 90%였다.
물을 많이 가둬놓고 있었다는 의미다.
광주호는 7일까지 70% 초반을 유지했다가 8일 만수위(100%)를 기록하면서, 자연 방류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나주호는 7일 76% 등 70%대를 유지하다 8일 82%로 올라섰다.
사실상 나주호와 광주호만을 제외하면 나머지 댐은 사전에 충분한 방류 등 물관리를 하지 않다는 주장에서 벗어날 수 없다.
피해 주민들은 6일부터 집중호우가 예보되고 7일부터 비가 쏟아진 만큼 이른바 호수, 물그릇을 비워야 했는데 이미 가득 찬 상태여서 홍수 조절 능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방류량과 시기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장성호는 6일까지 초당 10t씩 방류하다 7일에서야 50t 안팎으로 늘렸는데 정작 8일에는 댐 안전을 이유로 초당 최대 500t으로 늘려 황룡강으로 흘려보냈다.
집중호우에 장성호 방류까지 더해 지면서 광주 평동산단, 광산 선운지구 등의 침수 피해를 가중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장성군은 이번 방류 등과 관련해 이날 농어촌공사에 가칭 '장성호 수량 통제 자문위원회'를 구성, 집중호우 등 예보 시 위원회 회의를 거쳐 방류 시기, 방류량 등을 결정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대표적 곡창지대인 나주평야(죽산들) 일대도 이번 폭우로 볏논 1천500여ha, 주택 115채가 물에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8일 오전에는 영산강 수위가 홍수 위험수위를 넘기는 등 영산강 범람 일보 직전까지 내몰리기도 했다.
벼 논 2만여㎡가 물에 잠겼다는 이 모(65·나주시 다시면) 씨는 "물을 많이 필요한 영농철이 지난 만큼 나주호나 장성호에서 사전에 물을 비워 이번 폭우에 대비해야 했다"며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장성 등 영산강 수계 상류 지역에 내린 강수량은 200년 빈도를 넘어설 정도로 엄청나 영산강홍수통제소, 지자체 등과 협의해 방류를 결정했다"며 "기상과 인근 상·하류 상황, 시설 및 주민 안전 등을 고려해 저수지 수위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어촌공사는 이어 "향후 지자체, 유관기관과 함께 이번 수해의 원인분석과 대책 수립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며 신속한 복구작업과 대민지원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