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 태극기는 고종이 자신의 외교고문이었던 미국인 오웬 데니(1838~1900)가 미국으로 돌아갈 때 하사한 것이다. 데니는 1886년 청나라 리훙장(李鴻章)의 추천으로 고종의 외교고문이 됐으나 고종의 자주외교 방침에 따라 청나라의 부당한 간섭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조선이 주권독립국임을 주장했다.
또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과 협조할 것을 권고하고 러시아와 육로통상장정을 체결하게 하는 등 청나라를 견제하는 외교활동을 벌이다 청나라의 미움을 사 1890년 외교고문직에서 파면됐다. 이런 데니에게 고종이 자신의 마음을 담아 선물한 것이 이 태극기다.
데니 태극기는 가로 263㎝, 세로 180㎝로, 흰색 광목 두 폭을 이어 바탕을 만들었으며 태극은 붉은색과 푸른색 천을 오려서 바느질했다. 4괘의 형태와 배치는 지금의 태극기와 같지만 검은색이 아니라 푸른색이다. 이 태극기는 데니의 가족이 보관하다가 1981년 후손 윌리엄 랠스턴이 한국에 기증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데니 태극기 공개와 함께 태극기의 역사를 소개하는 영상도 상영한다. 아울러 상설전시실 '역사의 길' 중앙에 데니 태극기를 확대한 대형 현수막을 설치해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했다.
대한제국실에서는 데니 태극기 외에도 태극기의 초기 형태를 잘 보여주는 미국인 목사 노블이 소장했던 태극기,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당시 대한제국 전시관 모습을 소개한 프랑스 일간지 '르 프티 주르날' 등 다양한 상설 전시품을 만날 수 있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