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 커피'의 시작은 고속도로 휴게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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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필의 슬기로운 커피생활 5
여름철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바로마시는 커피
원두커피 기업 쟈뎅, 1L짜리 페트병 커피 '대박'
커피 타마시는 시간 줄이고 맛 끌어올려 인기
페트병에 담는 커피 원조는 빙그레 아카페라
여름철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바로마시는 커피
원두커피 기업 쟈뎅, 1L짜리 페트병 커피 '대박'
커피 타마시는 시간 줄이고 맛 끌어올려 인기
페트병에 담는 커피 원조는 빙그레 아카페라
페트병에 담긴 시원한 커피는 2020년 여름 편의점 냉장고를 장악한 아이템이다. 수십 종의 브랜드가 경쟁 중이다. 한때 페트병에 담긴 커피는 '싸구려 커피'라고 인식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장거리 운전으로 휴가를 떠나는 차 안에서, 피크닉이나 캠핑장에서, 독서실이나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나눠 마시는 인기 품목이다.
페트병 커피의 시작은 고속도로 휴게소였다. 2004년 KTX가 뚫리기 전까지 고속도로 휴게소는 여행객 뿐 만 아니라 화물차 운전자 등이 잠을 깨기 위해 즐겨찾던 곳. 당시 대용량 파우치 커피나 대용량 플라스틱통에 담은 커피를 고속도로 휴게소에 납품하던 커피 회사들이 꽤 있었다. 운전자들은 큰 통에 담긴 아이스커피를 운전석에 놓고 즐겼다. 하지만 커피 브랜드들이 등장해 휴게소에 입점하고, 소비자들도 브랜드 커피를 선호하면서 B2B(기업 간 거래)로 납품되던 이런 대용량 커피는 점차 사라졌다.
대용량 페트병 커피 문화를 되살린 건 쟈뎅이다. 윤상용 쟈뎅 대표가 2016년 여름 미국 출장길에 올라 한 커피 전문점에서 아이스 커피를 주문한 게 계기가 됐다. 윤 대표는 "아이스 커피를 주문했더니 냉장고에 페트병을 꺼내 커피를 따라주더라"며 시간도 절약되고 더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방법을 한국 시장에도 적용해 보기로 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정통 제조방식은 에스프레소 샷을 얼음컵에 붓는 방식다. 하지만 에스프레소 샷의 열기 때문에 얼음의 냉기가 빨리 사라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는 "우리도 아이스 커피를 생수처럼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언제든지 꺼내먹을 수는 없을까"라고 고민했다. 그렇게 나온 제품이 '쟈뎅 시그니처 1.1L'였다. 커피를 드립 방식으로 추출해 모아 품질을 끌어올리면서 '대용량은 싸구려'라는 인식을 완전히 바꿔놨다. 바쁜 시간 사무실에서 커피를 만들어 마셔야 했던 사무실에서는 '탕비실의 여름 필수품'이 됐다.
쟈뎅의 1.1L 커피 실험이 성공하면서 오피스 감성을 저격한 제품들도 쏟아져 나왔다. 전자상거래(e커머스) 기업 11번가는 올해 초 사무실 직장인을 겨냥해 '꼰대 상사'의 콘셉트로 커피를 만들어 보자고 쟈뎅에 제안했다. 그렇게 나온 제품이 '라떼는 말이야. 그란데 말입니다 1.1L'였다. 라떼 커피를 그란데(grande) 사이즈로 즐긴다는 뜻이지만 언뜻 보면 "나때는 말이야"라고 시작되는 상사의 일장연설에 "그런데 말입니다"라고 맥을 딱 끊는 밀레니얼 사원 같다. 이 제품은 실제로 믹스커피와 같은 달달한 맛으로 중장년층 입에 잘 맞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페트병 커피 시장의 원조 브랜드는 빙그레의 '아카페라'다. 커피 음료를 페트병에 넣어 대량 유통하는 기술을 2008년 최초로 선보였다. 빙그레는 컵커피와 차별화하자는 생각으로 개발에 착수했지만 페트병에 커피를 주입하는 방식은 생각보다 이점이 많았다. 캔커피보다 열처리 시간을 단축시켜 커피 향을 살릴 수 있고, 무균 충전 방식으로 맛과 품질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 요즘 페트커피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빙그레도 아카페라 제품의 크기를 점점 키워왔다. 초창기 아카페라 제품은 240mL였다. 그러다가 2017년 가성비를 중시하는 트렌드에 맞춰 '아카페라 사이즈업'을 출시했다. 커피전문점의 톨 사이즈 아메리카노와 비슷한 350mL였다. 올해 출시한 아카페라 스페셜티 커피는 460mL다. 이 제품은 냉장 보관 전용으로 여름철에 잘 맞는다.
다른 음료 제조사들도 여름을 맞아 앞다퉈 커피 신제품의 용량을 늘리고 있다. 코카콜라의 커피 브랜드 조지아 크래프트는 지난해 470mL로 출시된 데 이어 올해는 800mL 대용량 제품을 추가 출시했다. 용량이 커지면서 편의점 뿐 아니라 슈퍼마켓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집에서 먹는 수요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음료도 칸타타 콘트라베이스(500mL)를 선보였다.
페트병 커피와 캔 커피는 계절에 따라 상호 보완적이다. 편의점 CU 커피 담당 MD(상품기획자)는 "겨울철에는 따뜻한 음료 수요가 많아 온장고에 넣을 수 있는 캔커피가 인기를 끌고, 여름에는 가정에서 냉장 보관했다가 바로 꺼내먹을 수 있는 페트 커피가 대세"라고 말했다.
페트병 커피의 인기세는 수치로 확인된다. 이마트에서 지난달 500mL 이상 페트 커피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66.5% 증가했다. 지난해 7월 매출 증가율(31.3%)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대용량 페트병 커피 문화를 되살린 건 쟈뎅이다. 윤상용 쟈뎅 대표가 2016년 여름 미국 출장길에 올라 한 커피 전문점에서 아이스 커피를 주문한 게 계기가 됐다. 윤 대표는 "아이스 커피를 주문했더니 냉장고에 페트병을 꺼내 커피를 따라주더라"며 시간도 절약되고 더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방법을 한국 시장에도 적용해 보기로 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정통 제조방식은 에스프레소 샷을 얼음컵에 붓는 방식다. 하지만 에스프레소 샷의 열기 때문에 얼음의 냉기가 빨리 사라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는 "우리도 아이스 커피를 생수처럼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언제든지 꺼내먹을 수는 없을까"라고 고민했다. 그렇게 나온 제품이 '쟈뎅 시그니처 1.1L'였다. 커피를 드립 방식으로 추출해 모아 품질을 끌어올리면서 '대용량은 싸구려'라는 인식을 완전히 바꿔놨다. 바쁜 시간 사무실에서 커피를 만들어 마셔야 했던 사무실에서는 '탕비실의 여름 필수품'이 됐다.
쟈뎅의 1.1L 커피 실험이 성공하면서 오피스 감성을 저격한 제품들도 쏟아져 나왔다. 전자상거래(e커머스) 기업 11번가는 올해 초 사무실 직장인을 겨냥해 '꼰대 상사'의 콘셉트로 커피를 만들어 보자고 쟈뎅에 제안했다. 그렇게 나온 제품이 '라떼는 말이야. 그란데 말입니다 1.1L'였다. 라떼 커피를 그란데(grande) 사이즈로 즐긴다는 뜻이지만 언뜻 보면 "나때는 말이야"라고 시작되는 상사의 일장연설에 "그런데 말입니다"라고 맥을 딱 끊는 밀레니얼 사원 같다. 이 제품은 실제로 믹스커피와 같은 달달한 맛으로 중장년층 입에 잘 맞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페트병 커피 시장의 원조 브랜드는 빙그레의 '아카페라'다. 커피 음료를 페트병에 넣어 대량 유통하는 기술을 2008년 최초로 선보였다. 빙그레는 컵커피와 차별화하자는 생각으로 개발에 착수했지만 페트병에 커피를 주입하는 방식은 생각보다 이점이 많았다. 캔커피보다 열처리 시간을 단축시켜 커피 향을 살릴 수 있고, 무균 충전 방식으로 맛과 품질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 요즘 페트커피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빙그레도 아카페라 제품의 크기를 점점 키워왔다. 초창기 아카페라 제품은 240mL였다. 그러다가 2017년 가성비를 중시하는 트렌드에 맞춰 '아카페라 사이즈업'을 출시했다. 커피전문점의 톨 사이즈 아메리카노와 비슷한 350mL였다. 올해 출시한 아카페라 스페셜티 커피는 460mL다. 이 제품은 냉장 보관 전용으로 여름철에 잘 맞는다.
다른 음료 제조사들도 여름을 맞아 앞다퉈 커피 신제품의 용량을 늘리고 있다. 코카콜라의 커피 브랜드 조지아 크래프트는 지난해 470mL로 출시된 데 이어 올해는 800mL 대용량 제품을 추가 출시했다. 용량이 커지면서 편의점 뿐 아니라 슈퍼마켓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집에서 먹는 수요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음료도 칸타타 콘트라베이스(500mL)를 선보였다.
페트병 커피와 캔 커피는 계절에 따라 상호 보완적이다. 편의점 CU 커피 담당 MD(상품기획자)는 "겨울철에는 따뜻한 음료 수요가 많아 온장고에 넣을 수 있는 캔커피가 인기를 끌고, 여름에는 가정에서 냉장 보관했다가 바로 꺼내먹을 수 있는 페트 커피가 대세"라고 말했다.
페트병 커피의 인기세는 수치로 확인된다. 이마트에서 지난달 500mL 이상 페트 커피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66.5% 증가했다. 지난해 7월 매출 증가율(31.3%)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