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그려지는 미국인의 일상 중 하나가 월마트에서 커다란 카트를 들고 이것저것 주워담는 모습이다. 월마트 안을 돌아다니다 보면 싼 제품이 많아 쇼핑 리스트에 없었던 상품도 덥썩덥썩 집게 된다. 시장분석업체 인마켓에 따르면 월마트는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충성도 높은 고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유통업체로 조사됐다.

온라인 유통업체인 아마존이 그런 월마트의 충성고객들까지 빼앗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장분석업체 팩토스가 수백만명의 신용·직불카드 기록을 추적 조사한 결과다.

지난 2월 첫주, 월마트와 아마존 중 한 곳 또는 모두 이용한 소비자의 지출을 보면 66%가 월마트, 34%가 아마존에서 쓴 것으로 나타났다. 6개월 뒤인 8월 첫째주에는 이 비율이 월마트는 55%로 내려가고 아마존은 45%로 올라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촉발시킨 소비자들의 행태 변화를 아마존이 제대로 포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초기에 아마존은 고전했다. 배송 시간은 지연됐고 재고 확보도 더뎠다. 직원들이 현장에서 이탈하는 일도 많았다. 일각에선 성장세에 끼어있던 거품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아마존은 17만5000명 고용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창고 등 유통망의 보건 안전 조치도 강화했다. 투자자들은 안심했다. 아마존의 주가는 올해 S&P 500이 3% 오르는 동안 65%나 뛰었다.

맥킨지는 "아마존이 코로나19가 촉발한 소비자 행태의 갑작스런 변화에 완벽하게 대응했다"며 "10년 동안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던 온라인 쇼핑의 성장을 단 3개월 만에 압축적으로 달성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시대의 결정적 소비자 행태 변화로 맥킨지는 고객들이 온라인 공간에서도 오프라인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보내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전까지 소비자들은 아마존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할 때 구매 대상을 미리 정해놓는 게 오프라인 마트와 다른 점이었는데, 이 구분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얘기다.

아마존은 이런 변화에 맞춰 수백만가지 상품을 구비하고 소비자가 둘러보기 쉬운 사용자 환경을 조성했다. 개인 맞춤형 추천 시스템을 구축하고 결제 단계도 최대한 간단하게 설계했다.

시장분석업체 마켓플레이스 펄스에 따르면 7월 아마존 웹사이트 방문자는 25억7000만명에 달한다. 이는 같은 달 이베이와 엣치(전자상거래 플랫폼), 월마트와 타겟(마트), 홈디포(가정용 자재·공구), 베스트바이(전자제품)의 온라인 쇼핑몰 방문자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았다. 그만큼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제품을 갖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에 비해 가장 경쟁력 있는 부분인 '산 물건을 곧바로 집에 가져갈 수 있다'는 부분은 당일 또는 익일 배송 시스템으로 그 격차를 좁혔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