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외 국가들도 기후변화 등 국제 문제 해결에 역할 해야"
조지프 나이 "한국, 코로나19 모범적 대응으로 소프트파워 발휘"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13일 미국과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기후변화 등 국제 문제 해결에 필요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이 교수는 이날 재단법인 여시재가 'G0(G 제로) 시대의 국제 질서와 미국의 역할'을 주제로 개최한 화상대화에서 "한국의 경제적 성장은 인상 깊은 성공 스토리이며 한국은 코로나19 대응에서도 모범을 보여줬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G0는 미국, 중국, 유럽 등 전통적으로 세계를 이끌었던 국가들이 최근 국제사회가 당면한 문제에서 지도자 역할을 못 하는, 주요국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는 "주요 2개국(G2) 외 다른 국가들도 역할이 있다"며 "한국은 이웃 국가들만큼 크지 않지만, 전염병에 잘 대응한 민주주의 국가의 사례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들이 G2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며 "유럽과 한국 등이 모범 국가로서 선도적인 역할을 한다면 그들은 소프트파워를 발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나이 교수는 군사력이나 경제력 등 국가의 물리적인 하드파워(hard power)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문화적 매력 등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하는 능력인 소프트파워(soft power)를 창안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가정보위원회(NIC) 의장,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를 지냈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에도 외교정책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그는 국제정치에서 도덕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가들이 자국의 이익이 다른 국가에도 도움 되는 방향으로 국가이익을 넓게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서유럽의 경제 회복을 지원한 미국의 마셜 플랜이 미국에도 도움 된 점을 사례로 거론하면서 미국이 앞으로 확보할 코로나19 백신의 20%를 가난한 국가에 줄 것을 제안했다.

또 문재인 정부의 평화주의에 기반한 대북 정책이 도덕적으로 좋은 의도를 가졌다면서도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방심해서 충분한 군사력을 보유하지 않고 동맹조차 없다면 그 결과는 도덕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고모부와 형을 죽일 수 있는 김정은은 평화주의자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조지프 나이 "한국, 코로나19 모범적 대응으로 소프트파워 발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