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에 담긴 시원한 커피가 2020년 여름 편의점 냉장고를 장악했다. 수십 종의 브랜드가 경쟁 중이다. 한때 페트병에 담긴 커피는 ‘싸구려 커피’라고 인식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장거리 운전으로 휴가를 떠나는 차 안이나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나눠 마시는 음료로 큰 인기다. 이마트에서 지난달 500mL 이상 페트병 커피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66% 증가했다.

페트병 커피의 시작은 고속도로 휴게소였다. 2004년 KTX가 뚫리기 전까지 고속도로 휴게소는 여행객뿐만 아니라 화물차 운전자 등이 잠을 깨기 위해 즐겨 찾던 곳. 당시 대용량 플라스틱 통에 담긴 커피를 휴게소에 납품하던 커피회사가 꽤 있었다. 하지만 커피 브랜드들이 휴게소에 입점하고, 소비자도 브랜드 커피를 선호하면서 B2B(기업 간 거래)로 납품되던 이런 대용량 커피는 점차 사라졌다.

대용량 페트병 커피 문화를 되살린 건 원두커피 가공기업 쟈뎅이다. 윤상용 쟈뎅 대표가 2016년 여름 미국 출장길에 올라 한 커피 전문점에서 아이스 커피를 주문한 게 계기가 됐다. 윤 대표는 “아이스 커피를 주문했더니 냉장고에서 페트병을 꺼내 커피를 따라 주더라”고 말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정통 제조방식은 에스프레소 샷을 얼음컵에 붓는 것이다. 하지만 에스프레소 샷의 열기 때문에 얼음의 냉기가 빨리 사라진다는 단점이 있다. 시간도 절약되고 더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냉장 보관 커피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나온 제품이 ‘쟈뎅 시그니처 1.1L’(사진)였다.

페트병 커피 원조 브랜드는 빙그레의 ‘아카페라’다. 커피 음료를 페트병에 넣어 대량 유통하는 기술을 2008년 최초로 선보였다. 빙그레는 컵 커피와 차별화하자는 생각으로 페트병 커피 개발에 들어갔다. 자체 실험 결과 페트병은 캔 커피보다 열처리 시간을 단축시켜 커피 향을 살릴 수 있었다. 올해 내놓은 제품은 아카페라 스페셜티 커피로 460mL다.

다른 음료 제조사들도 앞다퉈 페트병 커피 신제품의 용량을 늘리고 있다. 코카콜라의 ‘조지아 크래프트’는 지난해 470mL로 출시된 데 이어 올해는 800mL 대용량 제품을 추가 출시했다. 용량이 커지면서 편의점뿐 아니라 슈퍼마켓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가정용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음료도 칸타타 콘트라베이스(500mL)를 선보였다.

편의점 CU 관계자는 “겨울철에는 따뜻한 음료 수요가 많아 온장고에 넣을 수 있는 캔 커피가 인기를 끌고, 여름에는 가정에서 냉장 보관했다가 바로 꺼내 먹을 수 있는 페트병 커피가 대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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