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 칼럼] '데이터 댐'만 만들면 뉴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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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만 하면 된다는 착각
전략 안 보이는 제조업 디지털화
글로벌 외국기업 잔치판 될 우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박사
전략 안 보이는 제조업 디지털화
글로벌 외국기업 잔치판 될 우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박사
![[안현실 칼럼] '데이터 댐'만 만들면 뉴딜인가](https://img.hankyung.com/photo/202008/07.23097481.1.jpg)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디지털 전환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디지털 기반 플랫폼 기업이 향후 10년간 글로벌 총생산(GDP) 중 신규 부가가치의 70%를 창출할 것이란 세계경제포럼(WEF)의 전망이 과장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이 흐름을 누가 제일 반길까?
ICT기업과 비(非)ICT기업의 구분이 사라지는 디지털 전환이 완성되면 이 판도가 바뀔까? 판세를 장악한 미국 기업들의 허를 찌르는 차별화 전략을 후발 주자들이 강구하지 않으면 그대로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판 디지털 뉴딜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정부는 ‘데이터 댐’ 등 대규모 ICT 인프라 구축, 데이터 수집·표준화·가공·결합 고도화 등 데이터 경제의 촉진을 말하지만, 이를 통해 한국이 글로벌 기업을 얼마나 배출할 수 있느냐는 비전은 찾아보기 어렵다.
개인정보 데이터 플랫폼 쪽은 미국이 이미 견고한 글로벌 주도권을 구축한 형국이다. 마땅히 경쟁할 기업이 없는 유럽연합(EU)은 데이터 규제권 행사 말고는 대응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유럽에 희망이 있다면 미국이 아직 장악하지 못한 분야가 산업, 그중에서도 제조업이란 것을 간파하고 ‘인더스트리 4.0’의 진화에 승부를 걸고 있는 독일일 것이다.
독일보다 국내총생산 대비 비중이 높은 한국 제조업의 디지털화는 무슨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을까? 불행히도 한국판 디지털 뉴딜에는 데이터·플랫폼 얘기만 무성할 뿐 무엇을 위한 데이터·플랫폼인지 방향성이 안 보인다.
중구난방 전략으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전제로 제조업을 혁신하고 스마트팩토리 자체를 판매하겠다는 독일을 이길 수 없다. 스마트팩토리로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것도 단순히 비용을 낮추는 쪽이라면 중국에 밀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더 무서운 쪽은 미국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지식재산(IP) 등으로 빨리 무장하지 않으면 이 분야에서 가격 결정권을 쥔 미국 기업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방향성도 없이 디지털 전환, 제조업의 디지털화만 부르짖는 뉴딜은 글로벌 외국기업들의 잔치판이 되기 딱 좋다.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