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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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사진)이 이르면 다음주 방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 위원은 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인물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 논의와 함께 격화하는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이 지나치게 미국 편에 서지 않도록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3일 외교가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 두 정부는 양 위원의 서울 방문 일정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가능성에 대해 “확인해 드릴 사항이 없다”면서도 부인하지 않았다.

양 위원이 방한하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서훈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국정원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 새 외교안보라인과 상견례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리에서 한반도 정세 등 상호 관심사뿐만 아니라 연내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시 주석의 방한과 관련한 의견 교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직 말끔히 풀리지 않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해제 문제도 논의될 수 있다.

일각에선 이번 방한이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추진되는 만큼 양 위원이 국내 주요 인사들과의 만남에서 미국이 추진하는 반중 정책의 부당성을 강조하며 한국이 중국 편에 서기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거론된다. 양 위원은 지난 7일 공개적으로 “일부 미국 정치인이 각종 황당한 논리로 악독하게 중국 공산당과 중국 정치 제도를 공격하고, 50년에 가까운 미·중 관계의 역사를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전면 부정한다”고 미국을 비판했다.

양 위원은 2018년 7월에도 비공개로 한국을 찾았다. 당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4자 체제 구축, 중국의 사드 보복 해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청와대는 시 주석의 연내 방한을 성사시키겠다는 방침인 만큼 양 위원의 방한 일정 역시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전국적으로 수해 상황이 극심한 데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부정 여론 확산, 청와대 주요 참모들의 집단 사표 등 각종 악재가 이어지는 상황을 고려할 때 양 위원의 방한 일정이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