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샤프트 끝이 항상 배꼽을 바라보게 해야 올바른 셋업 자세(왼쪽사진)다. 클럽은 12시를 보는 로고가 2시 방향으로 향할 정도로 돌려준 뒤 잡는다(오른쪽 위 사진). 공은 클럽 헤드의 힐 쪽에 둬야 한다.
클럽 샤프트 끝이 항상 배꼽을 바라보게 해야 올바른 셋업 자세(왼쪽사진)다. 클럽은 12시를 보는 로고가 2시 방향으로 향할 정도로 돌려준 뒤 잡는다(오른쪽 위 사진). 공은 클럽 헤드의 힐 쪽에 둬야 한다.
벙커. 프로와 아마추어의 실력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아닐까요. 물론 프로에게도 벙커 샷은 쉬운 게 아닙니다. 저 역시 현역 때 40~50%대 벙커 세이브율을 기록했는데도 중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현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평균 벙커세이브율 약 40%대입니다.

아마추어의 벙커세이브율은 이에 한참 못 미칩니다. ‘백돌이’부터 보기플레이어, 심지어는 80대 중반 스코어를 적어내는 골퍼들의 벙커세이브율이 1% 미만이라는 실험 결과도 있습니다. 한 자릿수 오버파를 꾸준히 적어내는 골퍼가 돼야 10% 안팎의 세이브율을 기록한다고 합니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요. 개인적으로는 연습량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연습량 차이는 특히 벙커에서 가장 크게 차이나는 것 같습니다. 프로선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칩샷 연습만큼이나 벙커샷 연습을 상상 이상으로 많이 한답니다. 전지훈련을 가면 하루종일 벙커샷 연습만 하는 선수가 드물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마추어들은 벙커샷 연습을 할 기회가 정말 부족하죠. 제대로 된 벙커 연습 시설을 갖춘 연습장도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요. 왜들 그렇게 겁부터 먹고 오로지 ‘탈출’만을 목적으로 하는지 알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라운드 내내 좋은 스윙을 하다가도 벙커만 들어가면 온갖 ‘악습관’이 튀어나오는 골퍼를 많이 봤습니다. ‘클럽을 열어야 한다’며 손목을 이리저리 비트는 분도 봤고요. 이 때문에 셋업 자세에서 ‘핸드 퍼스트’가 돼 그립이 왼쪽 허벅지 쪽으로 나가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칩샷과 달리 핸드 퍼스트는 벙커샷에서 절대 하면 안 되는 동작입니다. 항상 샤프트 그립 끝이 배꼽을 향해야 합니다.

벙커에 서면 발을 모래 깊숙이 박은 뒤 하체를 고정하고 클럽페이스를 열어주세요. 헤드를 열면 헤드와 땅이 접촉하는 면이 줄어들어 모래의 저항을 덜 받아요. 그래야 피니시까지 힘찬 스윙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이때 그립만 돌려 잡으세요. 잡은 상태에서 열지 않고 열어둔 상태에서 잡으셔야 합니다. 저는 12시를 바라보던 로고가 2시 정도로 오게끔 한 뒤 클럽을 잡습니다. 양손 위치가 칩샷과 같이 다리 사이, 중앙에 와 있는지 꼭 확인하시고요. 다만 클럽을 열면 오픈 스탠스를 취해 타깃 왼쪽으로 살짝 몸통을 비껴서야 합니다. 공은 클럽 헤드의 중심으로부터 힐(heel) 쪽에 가깝게 둬야 합니다. 페이스를 열고 오픈 스탠스를 취하면 아웃-인 궤도의 스윙을 하게 되는데, 공이 모래와 함께 클럽 헤드를 대각선으로 타고 지나갑니다. 이때 공을 힐 쪽으로 둬야 공과 모래가 헤드면을 지나가는 면적이 넓어지기 때문이죠. 스핀이 그래야 잘 먹힙니다.

거리 조절 역시 어렵지 않습니다. 그린 주변 어프로치샷 할 때의 딱 두 배만큼의 힘으로 치면 됩니다. 예를 들어 벙커에서 홀까지 10m 남았다면, 20m의 힘으로 치면 됩니다. 25m는 50m를 보낸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휘둘러 보세요.

또 하나. 장마철인 요새 유용한 팁 하나 알려드릴게요. 비가 온 골프장은 벙커가 물을 먹어서 딱딱하게 굳어 있기 마련인데, 벙커샷을 일반 칩샷과 똑같다고 생각해보세요. 웨지 고유의 로프트만으로도 웬만한 벙커는 탈출이 가능합니다. 페이스를 열지 않되, 공 바로 뒤 약 3~5㎝ 뒤를 노리고 ‘뒤땅을 치듯’ 스윙한다는 것과 모래에 발을 묻고 하체를 단단히 고정해야 한다는 점만 명심하면 됩니다.

김혜윤 < BC카드골프단 코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