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졸이던 승객 접안에 성공하자 환호…광복절 이틀 앞두고 2천명 인파
폭염 속 '우리 땅' 배경으로 사진 찍으며 탄성
9일 만에 입도 허용한 독도…"3대가 덕을 쌓아야"
"독도에 발을 디디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더니 오늘 무척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
13일 오전 울릉도를 출발한 여객선이 접안에 성공해 '우리 땅' 독도에 내릴 수 있게 되자 한 중년 관광객이 한마디 했다.

지난 11일 경북 포항에서 오후 늦게 배편으로 울릉도에 도착한 기자는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12일 아침 일찍 여객선에 몸을 실었으나 독도를 눈앞에 두고 아쉬움을 남긴 채 돌아가야 했다.

그리 나쁘지 않은 날씨였음에도 너울성 파도 때문에 배가 접안할 수 없었다.

독도에는 파도를 막아 줄 시설이 없어 여간해서는 접안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울릉도에서 하루를 더 보내고 설레는 마음으로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이날도 울릉도 저동항을 떠날 때는 파도가 1.5m 안팎으로 파고가 조금 높은 느낌이었다.

이번에도 독도 땅을 밟지 못하면 포기할 수밖에 없는 터라 멀미약에 취해 몽롱한 상태에서도 배가 무사히 접안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출렁이는 파도를 헤치며 달린 지 2시간여가 지나자 선내 방송이 귓전을 때렸다.

"잠시 후 독도에 접안할 예정입니다"
혹시나 하며 가슴을 졸이던 승객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덩달아 만세를 불렀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어쩌면 평생 독도 땅을 밟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씻은 듯 사라졌다.

선착장에 배가 고정되자 사다리가 내려졌고 독도에 발을 내디디는 순간 뜬금없이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순간이 떠올랐다.

우주비행사의 첫 발자국이 그랬듯이, 기자에게는 이날 첫 발자국이 인생에 더없이 큰 의미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도 선착장에 배가 접안해 사람이 내린 것은 정확하게 9일 만이라고 한다.

하루 동안 여객선 6대와 울릉군청 관공선 1대 등 7척이 선착장에 접안했고, 오후 늦게 도착한 1척은 너울성 파도에 접안에 실패하고 돌아갔다.

독도에 교대 근무 중인 울릉군청 공무원 2명은 당초 지난 6일 복귀할 예정이었지만 1주일이 지나서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광복절을 이틀 앞둔 이 날 독도에는 2천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렸다.

30도를 훌쩍 넘는 폭염 속에서도 관광객들은 만면에 웃음을 띤 채 사진을 찍고 탄성을 지르며 조금이라도 더 독도를 눈에 넣어가려는 모습이었다.

관광객 중에는 외국인도 보였다.

육지를 떠난 지 사흘째, 두 차례 시도 만에 기자에게 입도를 허용한 독도는 우리나라 어느 땅보다도 따뜻하게 방문객을 맞아 줬다.

국토의 막내라고들 하지만 이날만큼은 엄마 품만큼 푸근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