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구성·부동산법 독주 '역풍'
민심 되돌릴 '묘수' 찾기 고심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수심에 잠긴 듯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수심에 잠긴 듯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176석을 차지한 거대 여당의 첫 원내대표로 기대를 받으며 출범한 김 원내대표는 취임 석 달여 만에 정부·여당 지지율 급락에 직면했다. 국회 상임위원장 독식과 법안 일방 처리 등으로 인한 ‘역풍’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원내대표 측은 경제와 민생 정책 행보로 지지율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지지도 하락 등과 관련한 언급을 자제하는 대신 문재인 정부 성과 홍보에 주로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광복절 75주년과 관련해 “우리는 1년 전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를 극일(克日)과 대한민국 기술 독립의 계기로 삼았다”며 “국회도 작년에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별법을 통과시키는 등 소부장 산업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정 주도로 지정돼 이날 맞이한 ‘택배 없는 날’에 대해서는 “노사 상생의 새로운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김 원내대표가 취임한 지 100일 만에 민주당의 지지율은 10%포인트 넘게 급락했다. 지난 5월 첫째주 43.7%를 기록한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는 8월 둘째주 33.4%를 기록했다.

야당과의 갈등과 국회 상임위원장 독식, 부동산 입법 강행 등이 중도층의 이반을 야기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과 미래통합당과의 원내 협상은 21대 국회 원(院) 구성부터 불발했다. 민주당은 통합당과의 협상이 불발하자 예결위원장 등 18개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에서 선출하는 ‘초강수’를 뒀다. 예결위원장 선출 후에는 곧바로 35조1000억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 돌입, 닷새 만인 지난달 7일 추경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종합부동산세 강화, 임대차 3법 등 부동산 관련 법안도 일방 처리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위원장을 차지한 각 상임위에서 야당이 법안 처리에 반발해 퇴장하자 민주당은 상임위 법안 ‘만장일치’ 처리 관례를 깨고 표결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다수결의 폭력”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앞으로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민주당이 총선 국면부터 극복 의지를 강조해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폭우로 인한 수해 등이 겹쳐 김 원내대표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도 다음주로 잠정 연기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지율 하락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정책 행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취임 기자간담회 내용도 지난 100일에 대한 평가보다는 정기국회와 결산 국회 계획에 관한 것”이라며 “국민의 삶을 보살피는 데에서 지지를 얻겠다”고 말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현장에서 점수 따고 '대역전'
"수해지원 추경하라" 총공세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100일간의 행적을 기록한 영상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100일간의 행적을 기록한 영상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14일 “보수와 진보, 여당과 야당 등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고 국민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내놓겠다”며 “큰 방향에서 보면 자유·공정·법치라는 보수의 가치에 나눔·배려·공동체와 같은 온기를 더하는 방향으로 통합당이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취임 100일’(15일)을 기념해 이날 국회에서 연 간담회에서 “끊임없이 비판하고 고민하고, 정부 여당을 넘어서는 새로운 정책들을 기획해 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를 관통한 키워드는 ‘진영 논리 타파’였다. 주 원내대표는 폭우 수해민을 돕기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정부에 재차 요구하며 “앞으로 국민에게 필요한 재난지원금은 빚을 내서라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약 5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수해 지원을 정부 예산(예비비)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측 발표에 대해선 “피해 지역을 직접 가서 보고 들은 상황을 종합하면 피해 규모는 조(兆) 단위를 넘어설 것”이라며 “선거를 앞둔 상황에선 (긴급재난지원금을 위한) 추경을 하더니 정작 국민에게 필요한 재난에 대해서는 추경을 왜 안 하려 하냐”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침수지원금) 200만원으론 가전제품 하나 살 수 없다”고도 했다. 민주당과 정부가 재난 침수지원금을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올린 결정을 비꼰 것이다. 그동안 보수 진영이 금과옥조처럼 여겨온 ‘재정 건전성’ 아젠다에 전혀 얽매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주 원내대표는 통합당의 새로운 정강·정책 1조1항에 명시된 기본소득 개념에 대해서도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새로운 추세가 계속된다면 세계의 많은 나라가 결국 도입하게 될 것”이라며 “다만 기본소득 시행에 앞서 (기존) 복지 정책의 조정과 통폐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본소득을 도입하려면 먼저 복지 예산의 비효율을 손봐야 한다는 의미다.

소모적 정쟁 대신 민생 현장을 우선시하겠다는 의향도 비쳤다. 그는 ‘섬진강이 4대강 사업에서 제외돼 홍수 피해가 커졌다’는 논란에는 “4대강 논쟁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도 “윤상기 하동군수는 이번 피해의 원인을 강 가운데 형성된 섬을 그대로 둬 물 흐름을 방해했고, 댐에서 예비 방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점 두 가지로 설명했다”고 전했다. 진영 논리에 갇히지 말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라는 얘기다.

당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국회의원 4연임 금지’ 원칙에 대해선 “좀 더 논의해봐야 한다”며 다소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좌동욱/성상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