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그때그때 다르다?…법정구속 결정기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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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실형 선고에도 법정구속 피하자 '기준'에 관심
대법원 예규 "특별한 사정 없으면 실형선고시 법정구속"
명시적 기준 없고 판사재량…법정구속 비율 대략 30% 조준형 기자·김예림 인턴기자 = 지난 12일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손혜원 전 국회의원은 법정에서 나와 곧바로 방송 인터뷰를 통해 "어이가 없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손 전 의원은 목포시의 '도시재생 사업 계획'을 미리 파악한 뒤 차명으로 부동산을 매입하고 이를 제3자에게 알려 매입하게 한 혐의로 기소돼 이번에 1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았다.
손 전 의원이 집행유예 없는 징역형을 선고받고도 육성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며 사법부를 압박할 수 있었던 것은 법정구속을 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실형받고도 법정 구속 안되는 사례가 얼마나 있나?", "실형선고 받으면 대부분 법정구속하는데 특혜를 부여하는 것 아닌가요?" 등의 반응이 나왔다.
법정구속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 1심 또는 2심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없는 실형 판결을 받았을 때, 재판장의 구속영장 발부를 통해 현장에서 곧바로 구속되는 것을 말한다.
검찰 또는 피고인이 항소할 수 있기에, 실형 선고 직후는 시점상 형이 확정되지 않은 단계임에도 법정구속이 되면 피고인은 사실상의 수형생활에 들어간다.
이 같은 법정구속은 형사소송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통용되고 있다.
판결이 최종 확정되지 않아 '무죄추정'을 받는 단계에서 이뤄지는 인신 구속이어서 검·경 수사단계에서 이뤄지는 구속과 본질상 유사하다.
처벌을 피해 도주하는 것을 막고 안정적으로 법을 집행하기 위해 형이 확정되기 전에 신병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수사단계에서의 구속과 법정구속이 추구하는 바는 일맥상통한다.
◇ 대법원 예규 "실형선고시 '특별 사정' 없으면 구속"…위헌논란도
그렇다면 법정구속의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법률인 형사소송법에는 없고, '행정규칙'에 해당하는 대법원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에 나와 있다.
피고인 구속에 대한 기본 방향을 소개한 예규 57조는 "피고인에 대하여 실형을 선고할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정에서 피고인을 구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정구속은 헌법에 명시된 '무죄추정의 원칙'에 비춰 위헌적이라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대법원이 세운 원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 '특별한 사정' 판단은 판사 재량
하지만 법정구속의 예외 사유로 대법원 예규에 거론된 '특별한 사정'이 너무 모호한 것이 문제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판사에 따르면 사건이 판례가 축적되지 않은 새로운 유형이어서 상급 법원서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타 사건에 비해 커 보이는 경우, 인신 구속시 당사자간 합의를 통한 피해자 구제 가능성이 막히는 경우, 도주할 우려가 없는 경우 등이 법정구속을 하지 않는 '특별한 사유'로 통용된다고 한다.
그러나 명시적으로 나와 있는 기준이 없어 법정구속을 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판사의 재량이다.
형량은 그나마 대법원이 정한 '양형기준'이 비교적 상세히 나와있지만 법정구속은 그런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이다.
◇ 불구속 재판받다 실형받은 사람 중 법정구속되는 비율 약 30%
그렇다면 실제로 법정구속이 어느 정도로 빈번하게 이뤄질까?
올해 5월 부산대 법학연구소의 학술지 '법학연구'에 실린 임보미 박사의 논문' '법정구속의 문제점과 개선책'에 따르면 법정 구속은 단순 숫자 면에서 대체로 증가 추세다.
1심 선고를 기준으로 법정구속된 사람 수는 2014년 9천643명, 2015년 9천962명, 2016년 1만1천383명, 2017년 1만1천156명, 2018년 1만2천314명으로 늘어나고 있다.
형사공판 사건이 해마다 줄어드는 현상과 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임 박사는 지적했다.
또 징역형 또는 생명형의 실형이 내려진 사건에서 법정구속 비율(불구속 피고인으로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 중 형이 집행되기 전에 법정에서 구속된 사람 비율)은 2018년 기준으로 1심은 29.9%(4만1천241명 중 1만2천314명), 2심은 29%(2천966명 중 863명)에 달했다고 임 박사는 소개했다.
연합뉴스가 사법연감 자료를 토대로 같은 방식을 적용해 1심 법정구속 비율을 계산한 결과 2017년엔 28.2%, 2016년엔 29.1%, 2015년엔 28.5%, 2014년엔 28.9%로 역시 30% 언저리였다.
즉, 규정상 법정구속을 면하는 것은 이례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례적이지 않다.
◇ 법정구속 면한 유력인사 사례는
그럼에도 이번처럼 '특혜' 논란이 제기되는 것은 법정구속을 하지 않는 '특별한 사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유력인사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법정구속을 면하는데 대해 국민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5년 사이 손 전 의원 이전에 실형을 받고도 법정구속을 면한 유력인사 중에는 염동열 전 의원(올해 1월30일 1심 판결·채용비리 혐의), 원유철 전 의원(1월14일 1심 판결·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 등), 이현재 전 의원(작년 11월26일 1심 판결·제3자 뇌물수수 혐의 등),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작년 9월6일 1심 판결·횡령 및 배임 혐의), 전병헌 전 의원(작년 2월21일 1심판결·수뢰혐의), 김관진 전 국방장관(작년 2월21일 1심 판결·군 형법상 정치관여 혐의),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작년 2월22일 1심 판결·탈세 혐의) 등이 있다.
신계륜 전 의원, 신학용 전 의원(이상 2017년 3월30일 항소심 판결·수뢰 혐의), 박준영 전 의원(2016년 12월29일 1심 판결·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홍준표 의원(2016년 9월8일 1심 판결·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이재현 CJ회장(2015년 12월 15일 파기환송심판결·횡령, 배임, 조세포탈 혐의 등) 등의 사례도 있다.
법정구속을 하지 않으면서 재판부가 밝힌 사유 중에는 '증거인멸이나 도망 염려가 없다' 거나 '불구속 상태에서 상급심에서 다퉈볼 필요가 있다'는 등 수사 및 재판 실무와 결부된 것도 있었고, 현직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 등 '신분' 덕을 본 사례도 있었다.
특히 염동열, 원유철, 이현재, 박준영 전 의원 등은 법정구속을 면할 당시 현직 국회의원 신분이었다.
<<연합뉴스 팩트체크팀은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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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대법원 예규 "특별한 사정 없으면 실형선고시 법정구속"
명시적 기준 없고 판사재량…법정구속 비율 대략 30% 조준형 기자·김예림 인턴기자 = 지난 12일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손혜원 전 국회의원은 법정에서 나와 곧바로 방송 인터뷰를 통해 "어이가 없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손 전 의원은 목포시의 '도시재생 사업 계획'을 미리 파악한 뒤 차명으로 부동산을 매입하고 이를 제3자에게 알려 매입하게 한 혐의로 기소돼 이번에 1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았다.
손 전 의원이 집행유예 없는 징역형을 선고받고도 육성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며 사법부를 압박할 수 있었던 것은 법정구속을 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실형받고도 법정 구속 안되는 사례가 얼마나 있나?", "실형선고 받으면 대부분 법정구속하는데 특혜를 부여하는 것 아닌가요?" 등의 반응이 나왔다.
법정구속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 1심 또는 2심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없는 실형 판결을 받았을 때, 재판장의 구속영장 발부를 통해 현장에서 곧바로 구속되는 것을 말한다.
검찰 또는 피고인이 항소할 수 있기에, 실형 선고 직후는 시점상 형이 확정되지 않은 단계임에도 법정구속이 되면 피고인은 사실상의 수형생활에 들어간다.
이 같은 법정구속은 형사소송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통용되고 있다.
판결이 최종 확정되지 않아 '무죄추정'을 받는 단계에서 이뤄지는 인신 구속이어서 검·경 수사단계에서 이뤄지는 구속과 본질상 유사하다.
처벌을 피해 도주하는 것을 막고 안정적으로 법을 집행하기 위해 형이 확정되기 전에 신병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수사단계에서의 구속과 법정구속이 추구하는 바는 일맥상통한다.
◇ 대법원 예규 "실형선고시 '특별 사정' 없으면 구속"…위헌논란도
그렇다면 법정구속의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법률인 형사소송법에는 없고, '행정규칙'에 해당하는 대법원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에 나와 있다.
피고인 구속에 대한 기본 방향을 소개한 예규 57조는 "피고인에 대하여 실형을 선고할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정에서 피고인을 구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정구속은 헌법에 명시된 '무죄추정의 원칙'에 비춰 위헌적이라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대법원이 세운 원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 '특별한 사정' 판단은 판사 재량
하지만 법정구속의 예외 사유로 대법원 예규에 거론된 '특별한 사정'이 너무 모호한 것이 문제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판사에 따르면 사건이 판례가 축적되지 않은 새로운 유형이어서 상급 법원서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타 사건에 비해 커 보이는 경우, 인신 구속시 당사자간 합의를 통한 피해자 구제 가능성이 막히는 경우, 도주할 우려가 없는 경우 등이 법정구속을 하지 않는 '특별한 사유'로 통용된다고 한다.
그러나 명시적으로 나와 있는 기준이 없어 법정구속을 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판사의 재량이다.
형량은 그나마 대법원이 정한 '양형기준'이 비교적 상세히 나와있지만 법정구속은 그런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이다.
◇ 불구속 재판받다 실형받은 사람 중 법정구속되는 비율 약 30%
그렇다면 실제로 법정구속이 어느 정도로 빈번하게 이뤄질까?
올해 5월 부산대 법학연구소의 학술지 '법학연구'에 실린 임보미 박사의 논문' '법정구속의 문제점과 개선책'에 따르면 법정 구속은 단순 숫자 면에서 대체로 증가 추세다.
1심 선고를 기준으로 법정구속된 사람 수는 2014년 9천643명, 2015년 9천962명, 2016년 1만1천383명, 2017년 1만1천156명, 2018년 1만2천314명으로 늘어나고 있다.
형사공판 사건이 해마다 줄어드는 현상과 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임 박사는 지적했다.
또 징역형 또는 생명형의 실형이 내려진 사건에서 법정구속 비율(불구속 피고인으로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 중 형이 집행되기 전에 법정에서 구속된 사람 비율)은 2018년 기준으로 1심은 29.9%(4만1천241명 중 1만2천314명), 2심은 29%(2천966명 중 863명)에 달했다고 임 박사는 소개했다.
연합뉴스가 사법연감 자료를 토대로 같은 방식을 적용해 1심 법정구속 비율을 계산한 결과 2017년엔 28.2%, 2016년엔 29.1%, 2015년엔 28.5%, 2014년엔 28.9%로 역시 30% 언저리였다.
즉, 규정상 법정구속을 면하는 것은 이례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례적이지 않다.
◇ 법정구속 면한 유력인사 사례는
그럼에도 이번처럼 '특혜' 논란이 제기되는 것은 법정구속을 하지 않는 '특별한 사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유력인사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법정구속을 면하는데 대해 국민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5년 사이 손 전 의원 이전에 실형을 받고도 법정구속을 면한 유력인사 중에는 염동열 전 의원(올해 1월30일 1심 판결·채용비리 혐의), 원유철 전 의원(1월14일 1심 판결·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 등), 이현재 전 의원(작년 11월26일 1심 판결·제3자 뇌물수수 혐의 등),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작년 9월6일 1심 판결·횡령 및 배임 혐의), 전병헌 전 의원(작년 2월21일 1심판결·수뢰혐의), 김관진 전 국방장관(작년 2월21일 1심 판결·군 형법상 정치관여 혐의),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작년 2월22일 1심 판결·탈세 혐의) 등이 있다.
신계륜 전 의원, 신학용 전 의원(이상 2017년 3월30일 항소심 판결·수뢰 혐의), 박준영 전 의원(2016년 12월29일 1심 판결·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홍준표 의원(2016년 9월8일 1심 판결·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이재현 CJ회장(2015년 12월 15일 파기환송심판결·횡령, 배임, 조세포탈 혐의 등) 등의 사례도 있다.
법정구속을 하지 않으면서 재판부가 밝힌 사유 중에는 '증거인멸이나 도망 염려가 없다' 거나 '불구속 상태에서 상급심에서 다퉈볼 필요가 있다'는 등 수사 및 재판 실무와 결부된 것도 있었고, 현직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 등 '신분' 덕을 본 사례도 있었다.
특히 염동열, 원유철, 이현재, 박준영 전 의원 등은 법정구속을 면할 당시 현직 국회의원 신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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