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대검에 오전 사무기구규정 초안 보내며 "오후 2시까지 의견 달라"
검찰 내부 "애초부터 의견 들을 생각 없었던 것" 성토
검사들 "직제개편 의견 내면 뭐하나"…'답정너' 법무부에 '부글'
법무부가 추진 중인 검찰 조직 개편안을 두고 일선 검사들의 비판이 연일 잇따르고 있다.

법무부가 대검찰청의 의견을 전달받은 지 하루 만에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의 초안을 만들어 다시 대검에 의견조회를 요청하면서, 이번에도 시한을 촉박하게 잡자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해) 법무부'란 비판이 나온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날 오전 11시 30분께 대검에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의 초안을 보내면서 오후 2시까지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다.

법무부 측은 "오후 3시까지 행정안전부에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는 이유를 댄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가 보내온 개정안 초안은 지난 11일 대검에 보낸 직제 개편안에서 사실상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부 산하에 두기로 한 인권감독과를 차장검사 직속 인권정책관 산하로 옮기고, 형사과는 애초 3개를 늘리겠다는 계획에서 2개만 늘리기로 미세 조정했다.

수사정보정책관 축소 개편,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과 공공수사정책관, 과학수사기획관 폐지 등은 그대로 뒀다.

서울중앙지검 1차장과 2차장 산하에 편중돼 있던 형사부를 3차장 산하까지 확대하는 안도 그대로다.

다만 방위사업수사부는 수사의 연속성을 고려해 올해 12월31일까지 서울중앙지검에 유지한 뒤 수원지검으로 전담 기능을 이관하기로 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검찰 내에선 다시금 법무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의견조회 절차가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는 비판이다.

부산고검 박철완(48ㆍ사법연수원 27기) 검사는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이 안이 최종안이 아니길 기대한다"며 "많은 검사가 각자 경험과 고민을 바탕으로 제출한 의견을 조금이라도 반영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의견을 듣겠다고 하더니 법무부가 원래 계획대로 하는 것 아닌가"라며 "애초부터 우리 의견을 들을 생각이 없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우석(46·사법연수원 31기) 정읍지청장도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에 일련의 상황에 대한 소회를 올리며 "예민하게 대두된 대검 개편 이슈를 이리 급박하고 급격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저 멍해진다.

'의견을 내면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까닭"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 역시 "도대체 누가 밀어붙이는지 모르겠다.

의견 조회를 이런 식으로 촉박하게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검사들의 비판에 대해 법무부는 직제 개편안이 검찰 인사와 맞물려 있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 내에선 정부가 오는 20일 열리는 차관회의에서 직제 개편안을 심의한 뒤 25일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킬 거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국무회의 규정상 '긴급한 의안'은 차관회의 심의를 생략할 수 있어 오는 18일 국무회의에 안건이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법무부는 직제 개편안의 국무회의 통과에 맞춰 이달 말 검찰 중간 간부 이하 인사를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