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미·윤보현·장유정 그룹전 23일까지
맞은편 건물 창에 비친 남자 정체는…갤러리수 '특이점이 온다'
갤러리 맞은편 건물 옥탑방 창에 한 남자의 모습이 비친다.

창밖을 바라보는 것 같기도 하고, 혼자 생각에 잠긴 듯도 하다.

앞 건물에 사는 사람이겠거니 하고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갤러리 외부 공간을 활용한 독특한 작품이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갤러리수에서 지난 12일 개막한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비대면이 요구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속에서 예술과 기술의 본질을 되새긴다.

전시 제목은 인공지능(AI)이 인류 전체의 지능을 초월하는 시점이 온다고 예측한 미래학자 레즈 커즈와일의 책 제목에서 따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세상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전환점을 의미한다.

사진, 오브제,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작업을 해온 노영미, 윤보현, 장유정 작가가 참여했다.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뒤바뀐 가운데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인간과 기술, 예술 사이를 오간다.

윤보현의 장외 설치작업 '런홈(Run Home)'은 작가가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며 떠오른 아이디어를 구현했다.

갤러리 앞 건물 창문 안쪽에 설치한 브라운관에 비친 사람은 작가 자신이다.

발목을 걸고 거꾸로 매달리는 운동기구, 일명 '거꾸리'를 타고 촬영한 영상을 뒤집었다.

윤보현은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것이 뒤바뀐 세상에서 내가 당사자가 돼 거꾸로 해봤다"라며 "작품 감상도 갤러리에서 유심히 보는 일반적인 관람과 반대로 창밖으로 다른 집을 보듯이 했다"고 설명했다.

장유정은 식물원에서 찍은 사진과 나무상자를 나란히 놓은 '자연스러운 자연'처럼 실제 사진과 그 사진에서 영감을 얻은 사물을 동시에 제시하며 사물과 이미지의 관계를 묻는다.

작가는 "우리가 화면을 통해 많은 것을 하지만 결국 땅에 발을 딛고 돌아다니고, 사물을 소유하고 함께하는 삶을 지향한다"라며 "사물과 이미지가 서로 끝없이 영향을 주고받음을 이야기하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노영미는 이탈리아 전래동화를 바탕으로 한 영상 '파슬리 소녀' 등을 인터넷 공간을 떠도는 문서, 소리, 이미지 등 저작권 제한 없는 재료로만 작업했다.

이를 통해 저작권이 풀린 존재들의 자유와 해방, 소외와 불안감을 담아냈다.

작가는 "저작권에서 자유로운 자료로 작업하면서 그들이 마치 소외된 고아나 유령 같은 존재가 돼버린 것 같다는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전시는 23일까지.
맞은편 건물 창에 비친 남자 정체는…갤러리수 '특이점이 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