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적으로 교실 균형 맞추는 건 위헌이자 분열 조장
예일대 "아시아계 입학률 26%나…관행 포기 못한다"
법무부 조사 결과 예일대는 대입 절차에서 인종과 출신 국가를 근거로 차별 행위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최소 수백 건의 입학 여부 판단 과정에서 인종을 당락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똑똑한 아시아계 및 백인들의 예일대 입학 가능성은 비슷한 학업 성취도를 보인 흑인 또는 히스패닉 지원자 대비 10~25%에 불과했다는 설명이다.
법무부는 “예일대는 인종 차별이 없었다면 충분히 들어갈 수 있었던 아시아계 및 백인 수험생의 입학을 거절했다”며 “인종적으로 교실의 균형을 맞췄다”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민간 교육단체인 ‘아시아계 미국인 교육연합’의 제소에 따라 지난 2년 간 예일대의 입학 전형을 조사해 왔다. 이 단체는 성적이 뛰어난 아시아계 학생들이 입학 과정에서 차별받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 결과 예일대가 1964년 제정된 연방 민권법 6조를 위반했다는 게 법무부의 판단이다. 민권법 6조는 ‘인종, 피부색, 출신 국가에 바탕을 둔 어떤 종류의 차별도 금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더구나 예일대는 매년 수백만달러의 연방정부 세금을 받고 있다.
미 대법원이 연방정부 보조금을 받는 대학이라도 제한적인 여건 아래 인종을 하나의 입학전형 요소로 고려할 수 있다는 결정(소수인종 우대 정책, Affirmative Action)을 내렸지만 예일대의 경우 “인종 활용이 전혀 제한적이지 않았다”는 게 법무부의 얘기다.
법무부는 예일대를 대상으로 올해 가을학기(2020~2021년) 입학 절차부터 인종과 출신 국가를 판단 요소로 활용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반드시 고려해야 할 이유가 있더라도 법에 따라 제한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제출하라고 했다. 오는 27일까지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소송을 통한 강제 이행 절차를 밟겠다고 경고했다.
에릭 드라이밴드 법무부 차관보는 “세상에 좋은 인종 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미국인을 인종과 민족으로 구분하는 것은 편견과 분열을 키울 뿐”이라고 말했다.
예일대는 즉각 반발했다. 피터 살로베이 총장은 “법무부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다양성이야말로 우수성의 징표라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런 피트 예일대 대변인도 “학교는 학업 성취도와 리더십, 배경 등을 포함해 지원자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왔다”며 “우리가 관련 자료를 모두 제공하기 전에 법무부가 결론부터 내렸다”고 반발했다. 그는 “예일대는 법무부의 성급한 판단을 근거로 기존 관행을 바꾸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예일대가 인종 차별을 하지 않았다고 내세운 근거 중 하나는 아시아계 학생들의 입학 비율이다. 예일대는 지난 1년 간 3만5000명의 지원 서류를 검토했는데 이 중 최종적으로 26%의 아시아계 학생들이 입학했다고 설명했다.
3억2800만 명의 미국인 중 아시아계 비중이 5.9%(작년 기준)에 불과한데도 예일대 입학률이 4배 이상 높았기 때문에 특별히 차별한 게 아니라는 취지다. 미국 통계청에 따르면 미국인 중 순수 백인은 63.4%, 히스패닉은 15.3%, 흑인은 13.4% 등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대학 입시 과정에서 인종적 다양성을 고려하도록 한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의 행정 지침을 철회한다고 2018년 발표했다. 당시 법무부는 또 다른 명문 사립대인 하버드대를 조사해 “입학 전형에서 부당하게 아시아계를 차별했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하버드대가 관련 소송 1심에서 승소한 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항소심 결과는 다음달 나올 예정이다. 이번 소송의 최종 결과에 따라 1978년 대법원 판결로 정립됐던 소수인종 우대 정책이 바뀔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법무부 조사가 발표되자 ‘아시아계 미국인 교육연합’ 공동 설립자인 스완 리 씨는 “다른 인종에 비해 훨씬 더 높은 입학 기준이 주어졌던 아시아계 자녀와 학부모에게 다행스러운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