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개봉한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명대사 중 하나다.
제 3차 세계대전 후 완벽하게 통제된 2040년 영국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가 서울시의 8.15 집회 전면 금지 방침 발표 후 서울대 게시판에 소환됐다.
서울시는 광복절인 오는 15일 시내에서 도합 22만명 규모의 집회를 예고한 26개 단체에 대해 집회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13일 밝혔다.
시는 "최근 종교시설과 남대문시장 등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n차 감염을 통한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심각 단계가 유지 중인 상황에서 8월 15일 대규모 집회 개최에 대한 시민의 우려가 높다"고 배경을 밝혔다.
시는 행정명령 실효성 확보를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에 행정응원을 요청해 공동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집회 강행 시에는 현장 채증으로 주최자 및 참여자를 특정해 고발하고,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구상권 청구도 병행할 계획이다.
이같은 서울시의 방침에 서울대학교 재학생·졸업생 게시판 스누라이프(SNULife)에는 "감염병을 이유로 시민의 기본권 행사를 제한한다니. 브이 포 벤데타 독재정부에서 봤던 장면이다"라는 글이 게재됐다.
다른 이용자들도 "주의가 필요한 건 알지만 요즘 웬만한 행사들은 검역조치나 거리두기를 철저히 할 것을 전제로 허용중 아닌가"라며 "뭔가 덮어놓고 금지하는 건 정말 현 정부한테 좋을 게 없으니 엄하게 구는 거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여행은 가라고 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치르게 하면서 서울전역 집회 금지라니 말도 안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이용자는 "코로나가 8월 13, 14, 16일에 하는 집회에서는 안퍼지고 8월 15일에만 태양 흑점처럼 강력할 예정이라 서울 전역에서 금지인건가"라는 비아냥 섞인 비판도 제기했다. 영화 '매트릭스' 워쇼스키 형제가 만들어 '브이 포 벤데타'는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후 2040년 영국. 정부 지도자와 피부색, 성적 취향, 정치적 성향이 다른 이들은 ‘정신집중 캠프’로 끌려간 후 사라지고, 거리 곳곳에 카메라와 녹음 장치가 설치되어 모든 이들이 통제를 받으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어느 누구도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평온한 삶을 유지하지만 어느 날 밤, ‘이비’라는 소녀가 위험에 처하면서 극적 전개가 펼쳐진다.
독재국가에 등장한 마스크를 쓴 주인공은 시민들을 선동해 대규모 시위를 벌여 정부를 무너뜨린다는 내용이다. 특히 독재자가 과거에 집권 직후 바이러스를 몰래 자국민한테 퍼뜨려 그 공포를 활용해 독재를 강화하고 이후 영국은 독재국가가 되는 과정도 흥미롭다.
마스크를 쓴 주인공이 TV 화면을 해킹해 시민들의 시위를 촉구하자 독재자는 TV, 신문, 인터넷 등 온갖 매체를 동원해 "다시 바이러스가 퍼진다"면서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는 장면이 나온다.
네티즌들은 포털사이트에 "보수단체 시위는 방역 이후로 불허하면서 9월달에 서울광장에서 12일간 열리는 동성애축제는 왜 허가한 건가", "이 논리라면 지난번 박원순 장례식은 더 위험했는데 왜 했나? 일관성없는 논리로 접근하니 형평성 없고 민심이 등을 돌리는 듯하다"라고 비난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