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산부인과 병원에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김수현 한경닷컴 인턴기자
14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산부인과 병원에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김수현 한경닷컴 인턴기자
"오전에만 세 분이 의원 휴진인지 몰랐다며 약만 손에 들고 사 가셨습니다."
대규모 의료계 집단휴진이 강행된 14일 혜화역 부근 의료기관 10곳 중 문을 닫은 곳은 4곳에 달했다. 이 중 두 의원은 문 앞에 붙인 설명문을 통해 정부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집단휴진에 동참한다는 의견 표명을 분명히 했다.

A 산부인과는 '의료파업을 지지합니다'라는 문장을 명시했으며, B 이비인후과는 '14일은 휴진을 하나 17일은 정상진료를 할 것'이라는 설명으로 의료파업에 동참함을 시사했다. 그 외 두 의원은 이날부터 17일까지 휴가로 휴진한다는 설명문을 붙였다.

같은 건물 병원에서 휴진을 했다고 밝힌 A 약사는 "오늘 휴진인지 모르시고 나왔다가 진료 못 받고 약만 사서 가신다는 분이 오전에만 3명 정도"였다며 "헛걸음했다고 말하면서 약국을 나섰다"고 말했다.

약국 앞을 서성이던 김모(65) 씨도 "동네의원이 진료를 안 하니 불편한 게 사실이다"며 "나오기 전 전화로 문을 연 병원을 일일이 확인하고 나왔다. 장기화되는 것은 더 우려된다"고 말하며 울상을 지었다.

이날 전국 동네의원 4곳 중 1곳이 집단휴진에 들어갔다. 의과대학 정원을 확대하는 정부 의료정책에 반대하기 위해서다. 이번 동네의원 집단휴진은 2014년 이후 6년 만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3일 오후 2시 기준으로 집계한 휴진율은 24.7%였으나, 휴가철인 점을 감안하면 이날 실질적인 휴진율은 25%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역 내 1차 의료 기관의 역할을 맡는 동네의원들의 집단 휴진이 진행되면서 환자들이 체감하는 어려움이 대폭 확대되는 것이 아니냐는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종합병원은 의료대란 없었다…"교수까지 총출동"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 접수처에서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김수현 한경닷컴 인턴기자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 접수처에서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김수현 한경닷컴 인턴기자
다만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휴진에도 신촌 세브란스 병원을 포함한 상급종합병원의 의료대란은 없었다. 서울 주요 병원은 대체로 침착한 분위기였다. 정부에서 우려했던 의료 공백은 찾기 어려웠다.

이번 집단휴진에는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 진료를 담당하는 인력은 제외됐다. 동네의원 개원의와 대학병원 등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는 인턴, 레지던트 등의 전공의가 참여했다. 지난주와의 차이점은 대학병원에서 세부 전공을 수련하는 전임의 일부가 참여했다는 것이었다. 다만 병원 측은 이 같은 부분도 충분히 고려해 대체인력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지난주에는 휴진에 동참하지 않은 전임의가 참여한 것과 관련해 서울대학교병원 관계자는 “현재 교수님들이 더 나와 계신다. 응급실 같은 경우는 평소 교수님들이 3~4명 있었다면 지금 응급의학과 교수 전원이 응급실에 상주하고 있다”며 “특히 금요일은 환자가 적은 편이기에 복합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난 7일 이후 준비 기간 동안 최대한 붐비지 않게 진료 스케줄을 잡아놨기 때문에 의료 공백 크지 않다”며 “외래나 수술이나 일정 잡히신 환자분들 중에서 너무 급하지 않으신 분들은 미리 일정 조정해 놓은 것이 있다”고 덧붙였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수납을 맡고 있던 직원 또한 “오늘 환자 대기 시간은 길지 않다”라며 “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저희 과에는 오늘 오전 휴진 선생님이 한 분밖에 안 계신다”라며 “진료와 수술 일정도 평소와 다름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와 보호자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외손녀의 수술이 끝나 정산을 하러 내려왔다는 조모(74) 씨는 “아침 7시부터 수술을 했는데 아무 지장이 없었다”며 “의료진들이 다들 시간 약속을 변경하면서 진행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종합병원에서는 어려운 환자들은 다 처리하면서 파업을 진행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내원한 이모(56) 씨는 “딱히 지금까지 어려움은 모르겠다. 병원에서 알아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걱정하지 않았다”며 “작은 병원은 힘들지 몰라도 큰 병원에서 그러한 부분도 대처 안해놓고 한다면 말이 안되죠”라고 언급했다.

다만 대부분의 환자와 보호자들은 의료진들의 집단휴진이 장기화되는 것에 대해 걱정이 크다며 입을 모았다.

가족이 입원 중이라고 입을 뗀 김모(68) 씨는 “장기화됐을 때의 우려가 크다”며 “다음 주 가족이 퇴원할 예정인데 늦어지는 것 아닌가 염려가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 우려에도 의료진 강경…"장기화 긴장감"

대한의사협회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대로 인근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반발하는 ‘4대악 의료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 궐기대회’를 열고 있다./김범준기자 bjk07@hankyung.com
대한의사협회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대로 인근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반발하는 ‘4대악 의료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 궐기대회’를 열고 있다./김범준기자 bjk07@hankyung.com
정부와 의료계는 이날 예고된 의료진 집단 휴진으로 인한 진료 공백이 생길 것을 우려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전날 ‘의사협회 집단휴진 관련 국민과 의료인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숭고한 소명을 다시 한번 기억해달라"며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아서는 안 되며 아픈 환자들에게 피해가 생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에 따르면 같은 날 오후 2시 기준 전공의 1만3571명 중 1만1529명(84.95%)이 파업 참여 의사를 밝혔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전공의의 90%가, 삼성서울병원은 지난주와 비슷한 80%가량의 전공의가 파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도입 등에 강력히 반대하며 이번 파업을 추진하고 있다. 의협 측에서는 정부가 정책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장기적인 파업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문제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정부와 의료진들의 관계 속 국민의 불편만 심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수현 한경닷컴 인턴기자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