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먹어 약해진 지반 폭우 내리면 또 무너질까 걱정
일부는 집 비우고 피신…전문가 "원인조사 선행해야"

예기치 않은 집중호우로 물난리를 겪은 지 열흘이 더 지났지만, 산사태 발생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2일의 중부권을 강타한 폭우는 산지 비율이 높은 충북 북부지역에서 동시다발적인 산사태를 동반했다.

절개지에서 토사가 흘러내린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제천 170곳(이하 국유림 제외), 충주 140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15일 파악됐다.

제천시는 인근 지역을 하나로 묶어 재난관리업무포털(NDMS)에는 97건을 입력했다.

복구 비용은 전체 120억원으로 추정했다.

두 지자체는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바닥에 흘러내린 토사를 제거하는 등 응급 복구를 마쳤다.

그러나 옹벽 설치, 사방댐 조성, 계류보전 등 공사를 통한 항구적 복구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제천시 관계자는 "정부와 충북도의 합동 점검에 이어 복구비를 지원받은 뒤 설계를 거쳐 사업을 추진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전했다.

민가가 없거나 장비 진입 시 훼손 가능성이 있는 곳은 자연 복원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응급복구 마쳤지만…불안감 못 떨치는 산사태 발생지
산사태 발생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봉양읍 원박리의 김모(57·여)씨는 "공무원들이 드론을 동원해 산사태 현장을 찍고 갔는데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폭우가 내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지 않으냐"고 한숨을 쉬었다.

김씨는 이번 폭우로 뒷산에서 산사태가 나 토사와 물이 집 안에 유입되고, 굴러내린 바위와 흙에 창고와 차고가 전파되는 피해를 봤다.

충주시 엄정면 농강리의 최모(65)씨는 "지반이 약해져 비가 더 내리면 추가로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웃 주민은 불안하다며 집을 비우고 딸집으로 피신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산사태로 200여평의 참깨밭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봤다.
응급복구 마쳤지만…불안감 못 떨치는 산사태 발생지
충주시 엄정면 논동마을의 송모(62)씨는 "산사태 잔해가 방치돼 나무 썩는 냄새가 진동한다.

나뭇가지와 돌덩이도 치워지지 않아 비가 내리면 2차 산사태가 유발될 수 있다"며 당국의 조치를 요구했다.

충주시 관계자는 "산사태 현장에서 발생한 임목 폐기물은 읍·면을 통해 신고하면 수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산사태가 되풀이되는 것은 피해만 생각했지 원인 조사를 소홀히 하기 때문"이라며 "복구에 앞서 지질, 토목, 임업, 지형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여러 각도에서 원인을 조사해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도로 등을 만들 때 산사태를 고려해 물과 함께 토사가 배수시설 밑으로 빠져나가도록 설계해야 하며, 이런 설계를 못 했다면 보호 옹벽을 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며 "산 아래 주택도 2m 높이의 철근콘크리트를 설치해야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