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검증 사실상 내년으로 연기…'산 넘어 산' 전작권 전환
전작권 조기 전환, 코로나에 발목…훈련 축소로 전환시기 안갯속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이 예기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변수에 발목을 잡혔다.

이번 한미연합훈련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전작권 검증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훈련 규모 축소로 사실상 무산되면서 전작권 전환 완료 시기도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16일 "18∼28일 진행될 한미 연합 지휘소 훈련(CCPT)은 연합방위태세 유지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전작권 전한 이후 미래연합군사령부 구조를 적용한 예행연습을 일부 병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합참이 언급한 '미래연합군사령부 구조를 적용한 예행연습'은 전작권 전환을 위한 미래연합군사령부 완전운용능력(FOC)을 검증의 예행연습을 의미한다.

애초 한미는 이번 훈련에서 FOC 검증을 한다는 계획에 합의한 바 있다.

전작권 전환은 1단계 기본운용능력(IOC), 2단계 FOC, 3단계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평가를 마치고 이뤄진다.

전작권 전환을 위한 필수 절차인 FOC 검증이 예행연습만 이뤄지면서 본격적인 FOC 검증은 내년에 이뤄질 전망이다.

전작권 전환을 위한 절차의 중간 단계가 사실상 연기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2022년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논리에 무게가 실린다.

정부는 문 대통령 취임 뒤 전작권 전환 완료 시한을 정하지 않고 '조기 전환 추진'으로 정책을 조정했지만, 군에서는 2022년을 목표로 미군과 협의를 이어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번 FOC 검증을 두고 한미가 적지 않은 이견을 보이면서 전작권 절차를 두고 한미 간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군은 당초 이번 연합훈련 때 FOC 검증에 중점을 두려고 했지만, 미군은 코로나19를 고려해 연합준비태세를 점검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연합준비태세에 중점을 두고 훈련을 시행하기로 결정하면서 미군의 입장이 받아들여졌다.

미군은 이번에 진행되는 FOC 검증 예행연습을 FOC 검증의 일부로도 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예행연습을 한 검증 목록도 결국 내년에 이뤄질 FOC 검증에서 '제로 베이스' 상태로 새롭게 다시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군은 이번 연합훈련에서 FOC 검증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고 연습이라도 이뤄지는 것에 대해 '불행 중 다행'이라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FOC 검증 관련 이견뿐 아니라 앞으로 전작권 전환 과정에서 한미가 부딪힐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래연합사 운용 능력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전작권 전환을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3가지 조건은 ▲ 연합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군사적 능력 ▲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등이다.

미래연합사의 운용 능력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올지라도 미국이 3가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하면 전작권 전환은 차일피일 미뤄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미군이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과 미군을 지휘하는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사령관을 한국군 대장이 맡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자칫 남북 간 국지적 충돌에 미군까지 개입될 수 있다고 미군이 우려한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애초부터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으로 명시한 것은 미국이 자의적으로 조건을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이라며 "정부도 이를 알기에 전작권 전환 시기에 대해 확언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