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저녁 뉴스시간에 임시공휴일이 정해졌다는 발표가 흘러나왔다. 생소한 일을 시작하게 돼 마음이 분주했던 터라 “아유, 그거참 잘됐네”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옆에 있던 작은 녀석이 묻는다. “선생님들도 노는 게 좋으세요?” “무슨 소리야, 당연히 좋지.” 선생인 부모가 함께 놀아주지도 않고 늘 바쁜 척하니 선생님들은 쉬지도 않는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몰래몰래 숨어 놀면서 아이들에게는 아닌 척하며 얌체 짓을 한 것이 미안하기도 했다.

매년 연말이 되면 새 달력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던 때가 있었다. 요즘은 귀한 물건이 아니지만 당시에는 좋은 선물인 양 서로 나누며 연말연시 인사를 대신하기도 했다. 새 달력이 생기면 신년에는 휴일이 며칠인지 연휴가 언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요즘이야 스마트폰, 컴퓨터 등의 전자기기들에 달력 기능이 들어 있으니 더 이상 즐거운 일이 못 되지만 말이다.

원래 달력은 시간의 흐름을 가늠하기 위한 것이었다. 특별히 낮과 밤이 바뀌는 경계의 존재는 활동과 휴식을 구분지어 주는 잣대가 됐다. 경제학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둘로 나눠 노동자의 의사결정을 분석한다. 일하는 노동시간과 쉼을 갖는 여가시간이 바로 그것이다. 노동의 대가로 얻는 소득으로 소비도 하고 미래를 위한 저축도 하게 되니 일해야 하는 이유가 설명된다.

많은 소득을 얻으려 너무 무리하면 결국 탈진해 일을 계속할 수 없게 된다. 새로운 충전을 위한 적절한 휴식이 동반돼야 원하는 것을 지속할 수 있다. 그래서 달력에도 쉼을 취할 수 있는 공휴일이 눈에 띄게 표시돼 있는 것 같다. 요즘 ‘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인 ‘워라밸’이 유행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일에 대한 접근도 많이 달라져 적절히 일하고 일상의 삶을 즐기라고 한다.

‘개미와 베짱이’란 이솝우화가 있다. 원래는 근면과 성실 그리고 유비무환의 가치를 교훈한 것이었지만 세대가 바뀌니 그 해석이 달라졌다. 베짱이가 악기 연주에 집중해 훌륭한 연주자가 되니 배부른 베짱이가 됐다는 이야기다. 무작정의 근면 성실보다 효율적인 노동이 더 강조된 것이다.

오늘은 휴식의 기회인 임시공휴일이다. 지속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국민들의 피로감과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했다고 한다. 쉬는 동안 배부른 베짱이가 그저 노는 것에만 빠진 게 아니고 꾸준히 일한 결과라는 것이 기억되면 좋겠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누구나 쉽게 부자 베짱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하지 않을까?

쉬는 날인 오늘도 의료, 산업현장 등에서 마음 놓고 쉴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쉼을 갖는 우리 모두가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품게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고된 일 속에서도 어디서든 잠깐의 휴식을 가질 수 있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