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민 "복지·노동·환경, 진보만의 아젠다 아냐…보수도 변해야"
“복지, 노동, 환경 등이 진보만의 아젠다는 아닙니다. 보수도 이런 가치를 추구할 정도로 변해야 살 수 있습니다.”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병민 미래통합당 정강정책개정특별위원회 위원장(사진)은 시작부터 끝까지 ‘변화’를 강조했다. 통합당 정강정책특위는 지난 2개월간 준비해온 새로운 정강정책을 지난 13일 발표했다. 이를 주도한 게 김 위원장이다. 그는 경희대 행정학과 객원교수이며 4·15 총선에서는 서울 광진갑에 출마해 낙선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들어선 이후에는 비대위원과 정강정책특위 위원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정강정책에 대해 “보수정당으로서 우리의 신념과 그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서부터 시작했다”며 “점진적 변화를 꾀하면서도 공동체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는 것이 보수라는 점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가치를 담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약자와의 동행’ 역시 공동체를 지키는 데 반드시 필요한 가치”라며 “이런 맥락에서 기본소득, 사회적 양극화 해소, 노동 존중 정당, 환경 보호, 양성평등 등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좌클릭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는 “일부에서 보수의 가치를 버리는 게 아니냐고 얘기하는데, 그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수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변화”라며 “보수를 위한 개혁이라는 점을 잘 설득해나가면 의견 합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강정책을 최종 확정하는 데는 의원총회와 당원들의 동의를 얻는 상임전국위원회·전국위원회의 절차가 남아 있다. 김 위원장은 “현역 의원과 당원들도 변화와 혁신에 공감을 나타낼 것”이라며 “큰 틀에서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중도층을 잡기 위한 정무적 판단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표를 생각하진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정무적인 판단을 고려해서 가면 생각할 요소가 너무 많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고 국가공동체에 필요한 일이라면 다른 고려 없이 밀고 나가려고 했다”고 밝혔다.

현역 중진 의원들의 반발에도 정강정책에 포함한 ‘현역 의원 4선 연임 금지’ 조항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한번쯤 이렇게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국민적 바람이 있었다”며 “‘안되는 이유 말고 되는 이유를 찾아보자’는 쪽으로 당내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선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중진들이 광역자치단체나 내각 등에서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의미일 수도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마지막으로 강조한 건 “정강정책이 선언적 의미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 위원장은 “결국 정강정책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법제화’가 필요하다”며 “어떤 후속 조치를 해야 할지에 대해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원, 다른 의원들과 논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성상훈/고은이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