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투자 대박'은 이제부터…한화, 美 수소충전 인프라 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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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개 충전소 운영권 확보
한화가 1억달러를 투자한 미국 수소트럭업체 니콜라가 지난 6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자 한화의 ‘투자 대박’이 화제가 됐다. 2년 만에 10배 넘는 수익을 낸 ‘해피엔딩’으로 보였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한화는 니콜라 지분만 매입한 것이 아니라 주요 사업 파트너로 참여, 니콜라의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 및 운영을 전담하게 된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종합화학은 니콜라가 북미 지역에 세울 수소충전소를 운영할 수 있는 우선권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 관계자는 “2018년 니콜라에 5000만달러를 투자할 당시 수소충전소 운영권을 한화에 먼저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었다”며 “사업성을 판단해 운영권을 받을지를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니콜라는 최근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 수소충전소 1200개를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말 700개에서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나는 것이다.
한화에너지도 한화종합화학과 별도로 5000만달러를 니콜라에 투자하면서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니콜라 수소충전소에 독점 공급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다. 한화에너지는 이를 위해 수소충전소 주변에 태양광 발전소를 짓기로 했다. 여기에 쓰이는 태양광 셀과 모듈,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은 한화솔루션이 공급할 예정이다.
한화는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그린 수소’를 생산해 니콜라에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한화는 한 발 더 나아가 단순한 지분 투자에 머물지 않고 니콜라의 비전에 올라탔다. 사업 파트너로 참여해 니콜라의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을 독식하면서 수소트럭의 비전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화의 역할은 수소 충전소 운영에 그치지 않는다. 직접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수전해 기술개발팀’이란 조직을 세웠다. 태스크포스(TF) 형태로 있었던 기존 ‘H20’ 팀을 정규 조직으로 승격시켰다. 목적은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그린수소’를 만드는 데 있다. 물에 전기를 흘려보내 수소와 산소를 떼어 내는 수전해 방식은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니콜라도 수소를 가장 친환경적인 수전해 방식으로 생산하길 원한다. 단가는 비싸지만 그래야 디젤 트럭을 대체할 ‘명분’이 선다. 현재는 석유화학 공정 중 부산물로 나오는 ‘부생수소’ 방식의 수소를 가장 많이 쓴다. 수전해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하려면 전기를 최대한 적게 쓰는 것이 관건이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이 수소 1㎏을 제조하는 데 약 61㎾h의 전력을 쓴다”며 “이 수치를 2023년까지 48㎾h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은 니콜라가 본격적으로 수소 트럭 양산과 수소 충전소 설치에 나서기로 한 시기다.
한화는 수전해 기술 확보에만 약 300억원을 쏟아부었다. 핵심 기술을 보유한 KAIST, 연세대, 미국 렌슬리어공과대(RPI) 등과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니콜라의 로드맵에 맞춰 수전해 기술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셀, 모듈 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이다. 한화에너지는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장비로 전력을 생산해 니콜라 수소 충전소에 공급하기로 니콜라 측과 합의했다. 태양광 발전소 규모는 충전소 한 곳이 최소 20㎿ 이상 될 전망이다. 니콜라는 충전소 한 곳에서 약 210대 트럭에 넣을 수소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위해선 약 800㎏의 수소가 필요하다.
수전해 방식으로 이 정도 규모의 수소를 얻으려면 시간당 20㎿ 전력 생산이 가능한 발전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니콜라가 충전소 100곳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고, 이를 한화가 전부 맡는다고 가정하면 2조~3조원의 수주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한화는 수소 저장 탱크를 양산 할 수 있는 한화솔루션과 수소 충전 시스템 기술을 보유한 한화파워시스템도 있다. 한화파워시스템은 한국가스공사의 수소 충전 시스템 공급업체로 선정된 바 있다. 압축기, 고압용기, 냉각장치 등의 기자재를 컨테이너 안에 설치하는 ‘패키지형 수소 충전 시스템’을 납품했다. 한화 관계자는 “니콜라의 수소 생산부터 저장, 충전, 충전소 운영까지 수소 생태계 내 가치사슬의 전반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종합화학은 니콜라가 북미 지역에 세울 수소충전소를 운영할 수 있는 우선권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 관계자는 “2018년 니콜라에 5000만달러를 투자할 당시 수소충전소 운영권을 한화에 먼저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었다”며 “사업성을 판단해 운영권을 받을지를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니콜라는 최근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 수소충전소 1200개를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말 700개에서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나는 것이다.
한화에너지도 한화종합화학과 별도로 5000만달러를 니콜라에 투자하면서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니콜라 수소충전소에 독점 공급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다. 한화에너지는 이를 위해 수소충전소 주변에 태양광 발전소를 짓기로 했다. 여기에 쓰이는 태양광 셀과 모듈,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은 한화솔루션이 공급할 예정이다.
한화는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그린 수소’를 생산해 니콜라에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한화, 다 계획이 있었구나"…美서 태양광 발전으로 수소생산·충전
미국의 수소트럭 업체 니콜라가 지난 6월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한화도 덩달아 주목받았다. 니콜라 초기 투자에 참여해 지분 6.13%를 확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니콜라는 한 대의 수소 트럭도 생산·판매한 적이 없는 스타트업이지만 기업 가치(시가총액)는 174억달러(약 20조원, 지난 14일 종가 기준)에 달할 정도로 시장의 기대를 받고 있다. ‘비전’과 ‘계획’만으로 이룬 성과였다.한화는 한 발 더 나아가 단순한 지분 투자에 머물지 않고 니콜라의 비전에 올라탔다. 사업 파트너로 참여해 니콜라의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을 독식하면서 수소트럭의 비전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물 전기 분해해 수소 생산 추진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종합화학은 니콜라가 최근 북미 지역에 설치할 수소 충전소 1200곳의 우선 운영권을 확보했다. 니콜라 측이 충전소 설치 시기를 특정하진 않았지만 수소 트럭 시장의 성장세에 맞춰 관련 인프라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한화의 역할은 수소 충전소 운영에 그치지 않는다. 직접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수전해 기술개발팀’이란 조직을 세웠다. 태스크포스(TF) 형태로 있었던 기존 ‘H20’ 팀을 정규 조직으로 승격시켰다. 목적은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그린수소’를 만드는 데 있다. 물에 전기를 흘려보내 수소와 산소를 떼어 내는 수전해 방식은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니콜라도 수소를 가장 친환경적인 수전해 방식으로 생산하길 원한다. 단가는 비싸지만 그래야 디젤 트럭을 대체할 ‘명분’이 선다. 현재는 석유화학 공정 중 부산물로 나오는 ‘부생수소’ 방식의 수소를 가장 많이 쓴다. 수전해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하려면 전기를 최대한 적게 쓰는 것이 관건이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이 수소 1㎏을 제조하는 데 약 61㎾h의 전력을 쓴다”며 “이 수치를 2023년까지 48㎾h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은 니콜라가 본격적으로 수소 트럭 양산과 수소 충전소 설치에 나서기로 한 시기다.
한화는 수전해 기술 확보에만 약 300억원을 쏟아부었다. 핵심 기술을 보유한 KAIST, 연세대, 미국 렌슬리어공과대(RPI) 등과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니콜라의 로드맵에 맞춰 수전해 기술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충전소에 태양광 발전 설비 공급
한화는 수소 생산에 필요한 전기 공급도 맡기로 했다. 이를 위해 수소 충전소 인근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수소 생산과 저장, 충전으로 공급망의 핵심 축을 담당하게 되는 셈이다.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셀, 모듈 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이다. 한화에너지는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장비로 전력을 생산해 니콜라 수소 충전소에 공급하기로 니콜라 측과 합의했다. 태양광 발전소 규모는 충전소 한 곳이 최소 20㎿ 이상 될 전망이다. 니콜라는 충전소 한 곳에서 약 210대 트럭에 넣을 수소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위해선 약 800㎏의 수소가 필요하다.
수전해 방식으로 이 정도 규모의 수소를 얻으려면 시간당 20㎿ 전력 생산이 가능한 발전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니콜라가 충전소 100곳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고, 이를 한화가 전부 맡는다고 가정하면 2조~3조원의 수주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한화는 수소 저장 탱크를 양산 할 수 있는 한화솔루션과 수소 충전 시스템 기술을 보유한 한화파워시스템도 있다. 한화파워시스템은 한국가스공사의 수소 충전 시스템 공급업체로 선정된 바 있다. 압축기, 고압용기, 냉각장치 등의 기자재를 컨테이너 안에 설치하는 ‘패키지형 수소 충전 시스템’을 납품했다. 한화 관계자는 “니콜라의 수소 생산부터 저장, 충전, 충전소 운영까지 수소 생태계 내 가치사슬의 전반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