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신용대출도 고삐 조이나
금융팀 = 금융당국이 급증한 신용대출 규제를 강화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 우선이라는 이유를 들며 일단은 그럴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가파른 신용대출 증가세를 어떻게든 관리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 저금리 속 공황 구매·'영끌'로 신용대출 급증세
신용대출은 영혼까지 끌어당겨 집을 구한다는 '영끌'의 수단 중 하나로 꼽힌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40%까지 내리는 등 수차례 이어진 정부의 부동산 대책 속에서 주택 매매·전세 수요자들은 주택담보대출만으로는 모자란 자금을 신용대출로 충당하며 집을 마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용대출은 최근 들어 급증세를 탔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36조5천억원으로, 한 달 사이 7조6천억원 증가했다.

7월만 놓고 봤을 때 2004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액이다.

이 가운데 주로 신용대출인 가계 기타대출(잔액 245조6천억원)은 3조7천억원 불었다.

6월 증가액(3조1천억원)보다 6천억원이나 많고, 2018년 10월(4조2천억원) 이후 21개월 내 가장 큰 월별 증가 폭이다.

더구나 7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다.

6·17 대책 직전 활발했던 아파트 거래의 매매대금, 지난달 늘어난 수도권 아파트 분양의 계약금, 최근 전셋값 상승에 따른 자금 수요 등이 신용대출 증가의 배경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영끌' 신용대출도 고삐 조이나
◇ "신용대출 규제 강화 머지않았다"…금융당국은 선 그어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신용대출도 조일 것으로 예상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내부에서는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금융당국은 이런 반응에 일단 선을 긋는 모양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달 12일 금융협회장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주택담보대출은 잘 관리되는 것 같지만, 신용대출이 많이 늘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신용대출 성격이 경제 사정 악화 때문인지, 주식투자용인지, 부동산 투자용인지는 알 수 없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금융협회장들에게 돈을 풀어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라 신용대출을 억제하면 상충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은 코로나19가 해소될 때까지는 이 상태를 어떻게 더 (관리)하기는 어렵지 않나 하고 이야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때문에라도 당장 대출을 조일 수는 없겠지만, 결국 대출 자금이 부동산 쪽으로 흘러가는 사례를 막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융감독원이 나서 신용대출 규정을 잘 지키는지 조사한다거나 신용대출을 내줄 때 자금 용도를 더 구체적으로 받아내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실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가계대출 증가 폭 확대를 언급하면서 금융사의 대출 규제 준수 여부 점검을 강화하고 위반 사례를 엄중히 조치할 것을 주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