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자사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금융업에 진출한다. KB금융그룹과 손잡고 AI기반 투자자문 합작사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금융회사들이 디지털 전환에 잇따라 나서면서 정보기술(IT) 기업과의 협업도 늘어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증권과 엔씨소프트는 AI기반 투자자문사 설립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양사 관계자는 “합작법인 설립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AI기반 투자자문사는 AI가 투자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투자자 성향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짜주거나 각종 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시장을 예측하고 수익률을 낼 수 있도록 관리해주는 상품을 선보일 수 있다.

합작사가 설립되면 신한금융이 지난해 만든 신한AI와 비슷한 사업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신한AI는 지난 1월 말 AI 플랫폼 NEO를 활용한 공모펀드와 일임운용 투자상품을 각각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내놨다. 세계적 AI 업체인 캐나다 엘리먼트AI와 손잡고 NEO를 고도화하고 있다.

KB금융 관계사들도 AI기반 자산관리 상품을 운영 중이다. 국민은행은 2018년 ‘케이봇쌤’이란 로보어드바이저 기반 투자상품을 내놨다. KB자산운용도 최근 자체 개발 딥러닝 AI솔루션인 ‘앤더슨’을 기반으로 한 펀드 상품을 출시했다. 전문 AI자문 업체를 설립하면 그룹 내 AI 솔루션 개발 및 판매 등을 총괄할 전망이다.

KB금융이 손잡은 엔씨소프트는 국내 게임사를 포함해 IT기업 가운데 AI에 가장 앞선 업체 중 하나로 평가된다. ‘알파고 쇼크’ 이전인 2011년 국내 게임업체 중 처음으로 AI전문 조직을 꾸렸고, 현재 조직 규모는 150여 명으로 커졌다. AI 기술은 게임 개발에 필요한 곳곳에 활용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각종 프로야구 정보를 AI로 가공해 제공하는 앱 ‘페이지’도 운영 중이다. 지난 4월부터는 국내 한 언론사에 AI 기술을 제공해 기사 작성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AI 투자자문 서비스의 최근 화두는 AI의 결론을 소비자에게 설명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며 “자연언어처리와 플랫폼 개발에 뛰어난 엔씨소프트가 자산관리 분야에서 활약할 여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대훈/김주완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