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라의 공간] 레옹의 화분과 바이오필릭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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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생활경제부 기자
![[김보라의 공간] 레옹의 화분과 바이오필릭 디자인](https://img.hankyung.com/photo/202008/01.23530642.1.jpg)
![[김보라의 공간] 레옹의 화분과 바이오필릭 디자인](https://img.hankyung.com/photo/202008/01.23515947.1.jpg)
의학 심리학자 요제프 빌헬름 에거는 빛이 오래전부터 인간의 기분에 직접 영향을 끼쳐왔다고 봤다. 격한 감정을 안정시키거나 우울할 때 적당히 끌어올리는 역할도 한다. 실제 공원 및 녹지를 내다볼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아파서 결근하는 빈도가 낮다. 우리가 비행기 좌석을 예약하거나 카페 등 상업공간에서 자리를 찾을 때 창가를 선호하는 이유도 더 많은 햇빛, 더 많은 자연을 느끼기 위해서다.
밀레니얼 세대 강타한 '가드닝' 열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비자발적 고립은 사람들을 자연으로 이끌었다. 2020년 라이프스타일을 바꾼 큰 흐름 두 가지는 ‘캠핑 열풍’과 식물로 실내를 꾸미는 ‘플랜테리어’다. 캠핑카는 주문이 밀려 지금 주문해도 3개월을 더 기다려야 하고, 텐트는 품귀다. 캠핑 이용 인구는 이전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났다.![[김보라의 공간] 레옹의 화분과 바이오필릭 디자인](https://img.hankyung.com/photo/202008/01.23530643.1.png)
세계적 흐름 된 바이오필릭 디자인
공간과 도시 디자인의 흐름도 그렇다. 세계 건축가들의 머릿속엔 지금 ‘바이오필릭’이 있다. 바이오필릭의 원개념인 ‘바이오필리아’는 살아있는 모든 것을 사랑한다는 뜻이다. 1964년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이 처음 얘기했고, 1980년대 하버드대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으로 인해 널리 알려졌다. 윌슨은 이렇게 말한다.![싱가포르 마리나베이에 있는 초대형 식물원 가든바이더베이. 싱가포르관광청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2008/AA.23515467.1.jpg)
바이오필릭 디자인은 녹색도시 및 친환경 도시 개념과는 다르다. 녹색도시가 에너지 효율성에 집중한다면 바이오필릭은 그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의 삶의 질, 그리고 구체적이고 지속 가능한 건강에 더 집중한다. 물과 공기, 햇빛과 동물까지 자연스럽게 실내 공간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서울보다 조금 큰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공공 녹지 비율이 48%다. 세계 도시 중 노르웨이의 오슬로 다음으로 높다. 녹색의 고층 빌딩, 바이오필릭 디자인을 적용한 건축물, 대규모 공원과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한 도보길들은 도시 전체를 정원으로 바꿔놨다. 도시에 정원을 짓는다는 개념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정원으로 조성한다는 비전이 만든 결과다. 도시화는 일반적으로 녹지율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인구 증가, 도시화와 동시에 녹지 면적도 늘렸다. 미국 밀워키는 ‘크림 도시’에서 ‘초록 도시’로의 전환을 선언했고, 영국 버밍엄과 미국 포틀랜드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destinybr@hankyung.com